강타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6000여 중국 팬들은 풍선을 흔들어대며 어설픈 한국어로 연신 “안치쉬엔”(가수 강타의 본명 안칠현의 중국식 발음)을 외쳐댔다.
무대에 오른 강타를 좀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팬들이 갑자기 앞으로 몰려나왔고, 순간 질서가 무너진 무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더 이상 콘서트를 진행하기 힘들 정도였다.
긴급 투입된 공안들이 객석을 정리하면서 강타의 공연은 무사히 끝났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1일 오후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시 소재 국제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RNX 한류콘서트’ 현장은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상하이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우시는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이 들어서 있어 한국과 인연이 깊다. 또 얼마 전부터 섬유공장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 한국의 구미시를 연상시킨다.
이날 콘서트 시작과 함께 ‘40대 동방신기’ 파파스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이후 타키온, 팀이 차례로 올라 무대를 꾸몄고 손호영이 열기를 이었다.
한국에서 ‘섹시 댄스’로 많은 남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미나와 ‘엔젤’의 채은정, 아이비가 무대에 오르면서 객석은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객석의 질서는 잘 지켜졌다.
그러나 아이비에 이어 강타가 무대에 오르면서 객석은 환호와 열기, 비명이 뒤섞였다. 일부 극성팬들이 무대 위까지 뛰어올라와 강타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객석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타는 그대로 히트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강타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는 팬들은 노래 세 곡을 모두 한국어로 따라 부르며 강타 손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강타도 이에 보답하고자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를 했고, 일부 팬들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풍선을 흔들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은 출연한 모두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안재욱의 ‘친구’를 함께 부를 예정이었으나 어 이상 콘서트를 진행할 수 없어 취소됐다.
한편 이날 공연은 ‘한중수교 15주년’과 한중 문화의 해를 기념해 열렸으며 12일 ‘앙드레김 패션쇼’, 13일 ‘ITFM 패션쇼’ 등이 예정돼 있다.
우시(중국)=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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