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간 6년에 300억 원을 웃도는 제작비, 미국 내 1700개 스크린 확보 등 숱한 화제를 뿌린 ‘디 워’는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승천하는 이무기의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 미국 LA를 배경으로 여의주로 태어난 여인 ‘새라’(아만다 브룩스)와 그녀를 지키는 운명의 소유자 ‘이든’(제이슨 베어), 이들을 뒤쫓는 악한 이무기 ‘바라퀴’ 일당과 선한 이무기의 대결을 담아냈다.
심형래 감독은 “침체된 한국영화의 돌파구는 해외시장 개척 밖에 없다. 누군가 나가야 하는데 다행히도 하니깐 결국 되더라”며 “그동안 욕도 많이 먹고 무모한 짓을 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확신이 있어서 열심히 했다. 현재 미국 내 1700개 스크린이 확보됐고 200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올 겨울에는 일본 500개 극장에서도 개봉한다”며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했다.
이어 ‘디 워’가 ‘내수용’보다는 ‘수출용’임을 강조한 그는 이를 위해 “조선시대 장면을 제외한 80% 이상의 분량을 영어 대사로 처리했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컨텐츠인 ‘이무기’를 바탕으로 서양인들의 취향을 고려한 ‘유럽 중세 기사’ 캐릭터를 가미했다”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덧붙여 할리우드 영화 속에 비친 ‘어글리 코리안’의 이미지를 지워내고자 한국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 엔딩 크레딧에 ‘아리랑’을 의도적으로 삽입해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켰다.
또한 국내 취재진이 짚고 넘어간 ‘엉성한 스토리’ 문제에 대해서도 “해외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이색 답변을 곁들였다.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를 보면 앞 뒤 줄거리가 엉성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할리우드 배급 담당자들은 ‘그게 어떠냐. 돈만 벌면 그만이다’고 말합니다. 국적 사상 언어 이념도 다른 해외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심플한 구조여야 누구에게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쉽고 간단한 줄거리로 제작하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심형래는 “제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한번 접고 들어가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다”며 “‘디 워’의 CG는 100% 우리의 기술로 만들었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사와 CG를 매치시키는 작업이란 정말 어렵다. 미국에서 저만한 스텝들을 구해 이만큼의 드라마를 만들기란 절대 쉽지 않다”며 ‘냉정한 잣대’ 대신 ‘애정 어린 시선’을 부탁했다.
실제로 대낮 LA 한복판을 휘젓는 이무기의 움직임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표현됐으며 파충류인 이무기의 피부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디테일은 정교했다. 이무기가 스멀스멀 건물을 둘러싸고 올라가는 모습과 ‘바라퀴’ 일당의 도심 전투신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긴박한 화면으로 장관을 이루었고 극 후반부 착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대결 장면에서는 웅장함을 넘어서 비장미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극 초반 이무기의 전설을 소개하던 중 조선시대 ‘바리퀴’ 일당의 등장 부분은 실사와 CG의 부조화로 ‘게임 영상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시사회를 마친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래픽은 놀라운 수준이지만 얼개가 부실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애초 러닝타임인 105분을 90분으로 다시 압축하면서 그나마 얇았던 이야기 구조의 연결고리마저 실종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분명 ‘디 워’는 100% 국내 자체 기술로 이만큼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긋기 충분하며, 아시아의 무명 감독으로서 대형 마켓인 할리우드에 정식으로 와이드 릴리즈 된다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지난 땀방울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겉으로 드러난 허점들에 대한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
8년전 실망만 안겨주고 끝난 심형래 감독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번엔 ‘허풍’이 아닌 ‘돌풍’이 될 수 있을까. ‘디 워’는 국내에서는 오는 8월1일, 미국에서는 이보다 약 한달 뒤인 9월14일 개봉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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