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늘씬해도 ‘슈퍼모델’ 못된다!?

  • 입력 2007년 7월 27일 10시 06분


작은 얼굴과 8등신(이상)의 긴 다리. 슈퍼모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슈퍼모델은 이러한 하드웨어만 갖추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25일 열린 2007 슈퍼모델선발대회 한국 최종예선에서는 모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워킹과 포즈로 1차 심사를 가졌다. 50명의 참가자 중에는 모델로 활동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지만 한 달간의 통근교육을 통해 모델의 걸음마를 배운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의 개성을 담은 포즈로 심사위원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했다. 하지만 ‘신선한’ 모델의 자질 검증은 그 다음부터였다.

●장기없으면 개성도 없다?

이날 가장 치열한 과정은 ‘장기자랑’ 시간. 정답은 없지만 참가자 스스로 준비해야 할 부분으로 부담이 크다. 평범한 노래, 즉석댄스 등 준비가 부실한 장기자랑은 ‘성의부족’으로 합격과 거리가 멀었다. 합격을 위해선 ‘히든카드’가 필요한 셈이다.

합격자들의 장기자랑을 살펴보면 1번 송소정은 바닥을 구르면서 ‘쇼’를 했으며, 2번 안주아는 ‘내 남자의 여자’의 하유미 대사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서구적인 외형에 전통적인 요소를 살린 부채춤(12번 박예리), 창(21번 김나영), 황진이 춤(26번 고연희)도 합격점을 받았다.

24번 김지현은 줄넘기 줄을 이용한 댄스, 30번 유인형은 탭댄스를 주무기로 내세웠다. 20번 유주현은 플루트, 23번 김유리는 베이스, 31번 이지은은 바이올린 등을 연주했다.

25번 이현주의 응원율동, 44번 신유정의 마술, 49번 최수연의 북을 이용한 난타, 50번 신보애 쌍절곤 돌리기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합격자들은 주로 밸리댄스를 장기로 보여줬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준비는 많이 못했지만” “막춤 준비했습니다” 등의 마이너스 요소를 앞세운 참가자들은 결과적으로 쓴잔을 들이켰다. 한 참가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종이를 보고 읽다가 점수를 깎였으며 장기 대신 어머니를 향한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린 참가자도 ‘끼’와는 거리가 멀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입사시험과 다름없는 면접

기본기와 숨은 끼를 보여줬다고 합격한 것은 아니다. 12명의 심사위원이 질문을 하면 면접은 어느 과정보다 긴장되는 순간. 6명씩 조를 이뤄 단 하나의 질문을 받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이 피면접자를 괴롭힌다. 일부 피면접자는 답변 도중 “어떡해”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배 슈퍼모델이자 심사위원인 이선진은 한 예비모델에게 “본인의 장단점이 뭐냐. 단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질문했고 이 응답자는 “장점은 긴 다리와 작은 얼굴이고 단점은 복부의 살”이라고 답했다. 이어 “교육기간을 통해 게으른 점을 고쳤으며 남은 기간 동안 운동을 해서 배에 ‘왕(王)자’를 새기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모델 외에 다른 꿈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솔직히 집안일은 너무 잘한다.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감사합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해 동료들과 심사위원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긴장감 속에서 오히려 밀린 점수를 따는 참가자도 있었다.

장기자랑에서 북을 친 49번 최수연은 “큰 키 때문에 애로사항 없었냐”는 질문에 경상도 억양으로 “지하철 손잡이에 손을 뻗지 못해 아쉽다”고 너스레를 떤 뒤 “장기자랑을 위해 한강변에서 난타 연습을 하던 중 몰려든 어린이, 아줌마들 앞에서 워킹으로 보답했다”고 답했다.

다른 합격자는 “지원동기를 ‘재미있게’ 말하라”는 요구를 받고 “어릴 때부터 키 크고 옷에 관심이 많았다”며 평범하게 시작하다가 “고등학생 때 15kg이 찌면서 자신감을 잃고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부모님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충고해줬는데 그때부터 자기 관리를 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대학서 의상을 전공하는데 친구들이 옷을 입어달라고 하면서 어릴 때 꿈을 되찾았다”고 조리있게 답했다.

심사를 마친 이선진은 “심사위원들끼리 ‘(우리가) 저 자리에 섰으면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며 “탈락자들이 떨어졌다고 낙심하면 다음 기회가 와도 놓친다. 다시 일어서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은 관문이 더욱 험하다는 것.

이날 뽑힌 32명의 국내최종예선 합격자는 다시 경쟁을 통해 10여명으로 압축되고 다시 중국, 일본, 태국 모델들과 11월 2일 올해의 슈퍼모델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된다.

여기서 입상해야 꿈에 그리던 모델이 ‘될 수’ 있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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