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종사관…‘무영검’왕자…이서진, 이번엔 왕이로소이다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17일부터 방영될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산’에서 정조 역을 맡은 이서진(왼쪽)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송연 역을 맡은 한지민. 사진 제공 MBC
17일부터 방영될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산’에서 정조 역을 맡은 이서진(왼쪽)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송연 역을 맡은 한지민. 사진 제공 MBC
순박한 인상과 세련된 마스크가 공존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해 보이는 인상에 보조개가 매력적인 이서진(34). 그가 이제 조선왕조의 부흥을 이끈 정조를 연기한다.

지난주 종영한 MBC ‘커피프린스 1호점’ 후속으로 17일부터 방영될 MBC 특별기획드라마 ‘이산’(월 화 9시 55분)은 ‘허준’, ‘대장금’ 등으로 한류사극 붐을 일으켰던 이병훈 PD의 연출작. 또 다른 사극 연출의 대가인 김재형 PD의 SBS ‘왕과 나’(월 화 9시 55분)와 월화 드라마의 왕좌를 다투는 드라마다.

첫 대본 연습을 앞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시종 여유로워 보이다가도 작품 얘기를 꺼내면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

“‘다모’ 때만 해도 드라마에 기대를 건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제 마스크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고요. 오히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는 연출자 한 분에게 쏟아지는 기대치가 워낙 크니 많이 긴장되네요.”

서자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갈등하는 포도 종사관 ‘황보윤’(2003년 MBC 드라마 ‘다모’), 발해의 마지막 왕자 ‘대정현’(2005년 영화 ‘무영검’)에 이어 왕 역할을 맡았으니 2년마다 신분상승을 한 셈이다.

‘상도’ 때부터 이서진에게 줄곧 캐스팅 제의를 해온 이병훈 PD는 그에 대해 “60회를 이끌어가는 긴 호흡의 사극에서 배우는 온갖 표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카메라 각도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하는 이서진이 적격”이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 ‘이산’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끊임없이 정적들의 암살 위협에 처하는 정조 개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마 제목도 정조의 이름을 내걸었다. 이 PD는 “11세에 아버지를 잃고 49세에 일생을 마감한 정조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서바이벌 게임’처럼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4회 후반부터 등장할 예정인 그는 “연출자와 맞춰 봐야겠지만 무게 잡는 왕이라기보다는 젊은 혈기로 좌충우돌하면서도 마음속엔 항상 외롭고 반항적인 면을 지닌 정조를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모’에서 그는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이리 마주보니 얼마나 좋으냐” 등의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다모’를 꼽은 그는 “다모 때와는 다른 뭔가를 보여 줘야 하는데 내 안에 다른 무언가를 보여 줄 밑천이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다모에서는 조금 삭히고 가슴속에 뭔가를 눌렀다면 이번에는 도화서에서 만난 송연에 대한 사랑,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아버지에 대한 연민, 정적에 대한 두려움에 둘러싸여 뭔가를 분출해 내는 이산을 연기하고 싶어요. 세상을 다 산 듯하면서도 젊은 열정을 품고 사는…. 왠지 제 인생 최고의 배역이 될 것 같은데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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