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공정성 확보해야
디지털 전환비로 쓰겠다는 것도 무책임”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공동대표 유재천)는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BS 수신료 인상, 이대로 안 된다’는 주제로 운영위원 토론회를 열어 KBS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모임에선 KBS의 공정성과 수신료 인상의 절차적 정당성, 경영효율성에 대한 검증 등 다양한 문제가 부각됐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KBS가 공식적으로 대통령 탄핵방송은 공정했다고 주장하는 건 앞으로도 논란이 되는 사안을 탄핵방송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라며 “탄핵방송을 사과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KBS의 공정성은 일반적 사안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예민하거나 KBS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국민이 ‘저 정도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그걸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최근 KBS 수신료 인상 추진의 불법성을 지적한 박선영 한국공법학회 부회장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수신료 결정은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해야 하고 공영방송 스스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결정한 사례를 볼 때 지금처럼 수혜자인 KBS가 주도하는 수신료 인상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각 방면 전문가를 망라해 독립적인 재정수요조사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BS의 경영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최선규 명지대 교수는 “KBS가 국회 방송위 경영진단팀 등 여러 감시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자신의 입맛에 따라 KBS를 진단할 뿐”이라며 “예비비가 직원 성과급으로 쓰인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야 드러난 것이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최근 KBS가 수신료 인상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황금시간대에 수시로 내보내는 것은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는 방송 시간을 자사의 이익을 위해 쓰고 있는 셈”이라며 “전파 배분 순위에서 경영효율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창주 변호사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수신료로 충당하겠다는 KBS의 논리를 비판했다.
그는 “BBC는 약 10조3400억 원인 디지털 전환비용 중 약 7조3320억 원을 내부에서 충당하고 있다”며 “자세한 계획도 없이 수신료 인상으로 디지털 전환 비용을 해결하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KBS PD로 현재 KBS 수신료팀에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환경스페셜’ 제작비가 편당 1800만 원인데 영국 BBC는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에 편당 20억 원을 들인다”며 “수신료 인상은 좋은 방송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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