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목숨건 사랑’ 연기생명 걸고 해봤습니다”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거칠지만 순수한 남자 채인호(주진모)와 그가 평생을 지켜 주기로 결심한 여자 미주(박시연)의 사랑 이야기, 영화 ‘사랑’. 사진 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
거칠지만 순수한 남자 채인호(주진모)와 그가 평생을 지켜 주기로 결심한 여자 미주(박시연)의 사랑 이야기, 영화 ‘사랑’. 사진 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
올해 3월, 배우 주진모(33)는 친한 형 동생 사이인 배우 장동건(35)의 집에 놀러갔다. 둘이서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꺼내 밥을 차려 먹는데 주진모의 눈에 ‘사랑’이라는 글자가 들어왔다.

“형, 저건 뭐야?”(주) “어, 곽경택 감독님이 모니터해 보라고 줬는데 읽어 볼래?”(장)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으면서 한 장 두 장 넘겼다. 확 빨려 들었다. 옆에서 장동건이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고 말을 시켜도 그는 시나리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형, 이거 누가 하기로 했어?”(주) “○○○이 내정됐다는데.”(장)

오전 2시, 답답한 그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이거 못하면 죽어!”

제의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자존심을 세울 여유가 없었다. ‘해야 한다’는 생각뿐. 그 후로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역할을 따냈다. 그 영화가 20일 개봉하는 ‘사랑’이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의 신작 ‘사랑’은 채인호(주진모)라는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난 미주(박시연)를 사랑해 그 여자 때문에 전과자가 되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그를 키워 준 유 회장(주현)의 여자가 되어 있다.

“얼굴이나 이미지로만 표현되는 배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멋지게 차려입고 힘주는 모습 말고 현실적인 모습.”

교복에 부산 사투리로 시작해 폭력과 사랑….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친구2’로 인식한다. 심지어는 곽 감독이 전작 ‘태풍’이 기대만큼 안 돼 ‘친구’를 복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곽경택 표’ 하면 남자의 힘, 툭툭 끊어지는 연결, 센 감정 등이 특징이고 기름칠을 하지 않는 영화였죠. 그렇지만 ‘사랑’은 관객이 원하는 요소를 넣어 기름칠을 좀 했어요. 감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영화고 저 역시 과도한 남성미를 지양했습니다.”

내용상으로 이 영화는 비극적인 ‘신파’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1년이니, 2년이니 하는 세상에 나온 바보 같은 남자의 올곧은 사랑. 그러나 주진모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춘 영화가 아니라 그들을 빨아들이는 영화”라고 했다. 극 중 채인호처럼 ‘하나가 좋으면 그 하나만 바라본다’는 그는 “여자를 잘 알고 표현하는 남자가 있고 여자를 잘 모르고 표현하는 남자가 있는데 채인호는 후자”라며 “‘선수’와는 거리가 멀어 사랑하는 여자에게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니 지키주도 되나?” 영화 속 인호는 그렇게 말하고 평생 그 말을 지켜낸다. “가지 마라, 여자는 순간이다”라는 유 회장에게 “저는 아닙니다, 어르신” 하며 그는 돌아선다.

인간 주진모도 그럴까? “혈기 왕성한 20대에는 저도 무서운 게 없었죠.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마음은 똑같은데 현실은 어렵지 않을까요.(웃음) 영화는 ‘이상’이니까.”

대신 그는 영화에 목숨을 걸었다. ‘할리우드 방식’으로 촬영 기간 딱딱 지켜 가며 찍었기 때문에 2주 만에 10kg을 빼다가 너무 배가 고파 불면증에 걸릴 정도였다. 장동건이 ‘친구’로, 조인성이 ‘비열한 거리’로 미남 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났듯이, 그에게는 이번이 ‘주진모의 재발견’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선이 굵고 ‘한국인 같지 않은 얼굴’의 그가 화면에서 볼 땐 살짝 느끼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는 조막만 한 얼굴에 매우 섬세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래도 “느끼하다는 소리 가끔 듣죠?” 하고 농담을 던졌는데 그는 진지하게 받았다.

“한동안 그랬는데 이젠 아니에요. 제 생각엔 가식적인 연기를 하면 느끼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진실성이 담겨 있으면 그렇지 않은데, 제가 한동안 그런 이미지로만 보였죠. 이번엔 정말 달라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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