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자연산 어종의 위기를 짚거나 5일장과 입양 남매의 재회를 다룬 생활 밀착형 다큐멘터리가 많다. 추석 때 볼 만한 3편의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
★자연산(MBC 24, 25일 오전 8시 반)=서해 연평도와 법성포 칠산 앞바다의 조기, 전남 목포 임자도의 민어, 제주도의 다금바리…. 20, 30년 전만 해도 우리 식탁에 흔하게 오르던 바닷고기들. 그러나 그 많던 조기 민어 다금바리는 이제 귀족 생선이 되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광어 우럭 농어도 대부분 양식에 의존해 자연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프로그램은 서해 어장을 따라 풍성했던 자연산이 사라진 실태와 희귀 어종의 생태 등을 추적했다.
24일 1부에선 횟감의 황제인 다금바리와 멸종 직전인 돗돔의 생태를 보여 준다. 다금바리는 깊은 바다 속 동굴 틈에서 생활하는 정착성 어족. 제주도에선 산모가 출산 직후 먹는 보양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젠 운이 좋아야 한 마리씩 잡히는 희귀 어종이 됐다. 다금바리는 20kg 이상의 대물이 잡히면 소매가가 4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잡는 순간 산소로 주입시킨 상자로 겹겹이 포장한 뒤 비행기를 통해 서울 횟집으로 올려 보낸다.
돗돔은 더욱 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잡히는 양이 1년에 10마리도 안 된다. 돗돔은 평소 400∼500m의 수심에서 서식하다 6, 7월 산란기 때만 60∼70m의 연안으로 이동한다. 제작진이 한여름 내내 돗돔 어선을 타고 잡은 건 고작 네 마리. 이렇게 희귀해진 돗돔을 인공으로 번식시키기 위한 경남 통영해양수산사무소의 노력을 보여 준다.
25일 2부에선 임자도의 민어 잡이가 소개된다. 과거 6∼8월 임자도에선 민어가 우는 소리에 잠 못들 정도였다지만 최근엔 울음 소리는 고사하고 코빼기도 보기 어렵다. 43년째 민어 잡이를 했다는 안승렬 선장은 사흘 꼬박 조업을 해서 겨우 120kg의 민어를 잡을 수 있었다. 이마저 지난해보다 반 이상 줄어든 양이다. 삼복더위에 일품으로 꼽혔던 민어가 사라진 바닷가의 쓸쓸한 모습이 그려진다.
제작진은 이어 조기의 황금어장이었던 연평도로 떠난다. 원래 연평도로 올라오는 조기는 30cm 이상의 굵은 씨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25cm짜리도 보기 힘든 실정. 20cm 이상의 알 밴 굴비 한 두름은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다. 이 밖에 제작진은 아직 어족 자원이 보존된 가거도와 홍도의 모습을 보여 주며 어족 관리의 중요성을 짚어 본다.
★5일장 천일야화(SBS 25일 오전 7시 반)=겉만 보고 휙 지나가기 쉬운 5일장. 이 프로그램은 5일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강원 횡성장에서 메밀전병과 감자전을 파는 김순녀(67) 할머니. 누가 ‘장사 잘되느냐’고 물으면 대뜸 ‘이렇게 팔아 뭐가 남아’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뭐가 남아 할머니’. 3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할아버지 수발을 드느라 장날엔 감자전을 지지고 평일에는 일당 3만 원인 밭일을 나간다. 그러나 구김살 없이 횡성장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한다.
그러나 5일장에 가난만 있는 건 아니다. 5년 전부터 전국 5일장을 돌며 고등어를 파는 이병호(33) 씨의 월수입은 500만∼600만 원. 그의 장사 비결을 보여 준다.
이 밖에 경기 양평장에서 2000원짜리 보리밥을 팔면서 아들 형제를 대학까지 졸업시킨 김영민(57) 씨, 30년 넘게 강원도 5일장을 누빈 인삼 할머니 유인숙(74) 씨가 들려주는 5일장 예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선보인다.
★삼남매의 귀향(KBS1 22일 밤 10시 반)=30여 년 전 부산에서 살던 4남매는 어머니를 잃고 뿔뿔이 흩어진다. 생후 7개월 된 막내 여동생을 시작으로 5세의 여동생, 11세의 남동생이 차례로 입양됐다. 한국에 남은 13세의 큰언니는 동생의 생사와 행방도 모른 채 살아왔다.
프로그램은 30년 만에 상봉하게 된 삼남매와 이들이 막내 여동생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둘째 이상수 씨는 천신만고 끝에 첫째 순선 씨를 찾고 세달 전 셋째 여동생 난이 씨를 미국에서 찾았다.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쓰는 세 남매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지만 1주일간 한국에서 함께 지내며 끈끈한 혈육의 정을 느낀다. 이들은 서로의 터전으로 돌아가지만 같은 하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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