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강동원 이나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부터 김혜수 조승우의 ‘타짜’가 추석 극장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물건너 온 ‘야연’의 히로인 장쯔이도 가세해 경쟁의 불씨를 뜨겁게 달궜다. 재작년에는 흥행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한류스타 배용준 손예진의 ‘외출’과 강동원 하지원의 ‘형사’가 나란히 맞붙어 이들의 컴백을 기다리던 국내외 팬들에게 풍성한 한가위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장 6일의 황금 같은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혼혈 스타’ 다니엘 헤니의 ‘마이 파더’와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정려원의 ‘두 얼굴이 여친’을 제외하곤 티켓 파워가 검증된 톱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중견감독들의 굵직한 새 영화가 빈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소위 ‘스타감독’들의 대규모 귀환으로 2007년 추석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왕의 남자’의 대성공 이후 팬클럽까지 결성된 이준익 감독은 전작 ‘라디오 스타’의 뒤를 잇는 음악영화 ‘즐거운 인생’에서 단짝 정진영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시대에 뒤쳐진 40대 중년 남성들이 밴드를 결성해 인생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줄거리에서 이 감독은 자신이 나이와 꼭 맞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 아버지의 서글픈 자화상을 담담히 그려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친구’ ‘똥개’ ‘태풍’으로 뚝심 있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곽경택 감독은 이번엔 ‘사랑’을 들고 나와 경상도식 우직한 순정을 논한다. ‘배우 제조기’로 정평이 난 곽 감독이 ‘꽃미남’ 주진모와 ‘에릭의 여자친구’ 꼬리표를 갓 뗀 박시연을 어떻게 참 연기자로 조련시켰는지 비교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
‘코믹 영화계의 큰 손’인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의 김상진 감독은 ‘귀신이 산다’ 이후 4년 만에 중견배우 나문희를 원톱으로 내세운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로 돌아왔고, 70년대 영화판을 주름잡은 하명중 감독도 ‘TV의 여왕’ 한혜숙과 손잡고 무려 16년 만에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명절이면 빠지지 않는 조폭 코미디의 계보를 잇는 ‘두사부일체’의 3편 ‘상사부일체’는 ‘남자 이야기’ 이후 9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심승보 감독의 복귀작. 전편의 출연진을 싹 물갈이하고 멜로 라인도 첨가하며 관객들의 웃음보 공략에 나섰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설명=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상진, 이준익, 곽경택, 하명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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