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법을 즐겨 구사하는 배우 박중훈의 설명은 이렇다. 옆에 있던 안성기와 강수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 배우의 맏형, 맏언니 격인 이들이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 모인 이유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출범하는 ‘아시아 연기자 네트워크(APAN·Asia Pacific Actors Network)’ 때문이다.
아시아 연기자들의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는 영화제 초기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배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우리가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강수연)
5일 세 배우의 주도로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배우를 초청해 감독과 제작자 투자자 등과 함께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공식 네트워크인 APAN이 결성된다. 원년 행사로 ‘아시아 영화 발전 기금’을 마련해 제작비 5억 원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아시아의 감독에게 사전 제작비를 지원하는 행사와 함께 APAN 발기인 대회가 열린다.
“1980년대에는 홍콩 영화가 아시아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이 중심이잖아요. 지도자의 책무랄까?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한국이 이런 모임을 주도해 아시아의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죠.”(박중훈)
안성기와 박중훈은 잘 알려진 영화계 단짝 선후배다. 아역배우로 시작한 강수연은 꼬맹이였을 때부터 안성기와 알고 지냈으며 박중훈과 강수연은 20년 전 출연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때부터 친분을 쌓아 왔다. 그리고 세 배우는 영화제 1회부터 12년 동안 거의 개근을 했다.
하지만 셋이 같이 모여 일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 배우는 이번 일이 아시아 영화 발전에 그만큼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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