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면 부산에는 관객들뿐 아니라 제작자, 감독,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한국영화계 인사가 대거 몰려든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의 지역축제가 아닌 한국영화계 전체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달맞이고개 너머 청사포의 조개구이 집에서, 파라다이스 호텔 뒤 해장국집,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언제든 스타와 마주칠 수 있다. 그래서 ‘디카 지참’은 필수다. 영화계 인사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김동호 위원장=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영화 성장의 중심축이었고, 한국영화를 세계로 알리는 창구였습니다. 개막식 파티에서 ‘미션’ ‘시네마천국’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코네가 핸드프린팅 행사를 갖는 등 올해도 세계적 거장들이 많이 찾습니다. 영화 팬이라면 5000원만 내면 누구나 거장들의 영화와 인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찾아볼 것을 권합니다. 1979년 ‘양철북’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독일의 폴커 슐뢴도르프, ‘남과 여’의 클로드 를루슈(프랑스) 감독,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의 피터 그리너웨이(영국) 감독,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의 교장인 모센 마흐말바프(이란) 감독 등이 초청됐지요. 부산 해운대 해변은 칸의 해변보다 더 환상적입니다. 올해는 해운대 ‘피프(PIFF)빌리지’ 안에 있는 파빌리온을 관객들에게 파티 장소로 개방할 예정입니다.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감독, ‘타짜2’ 준비 중)=부산에 가면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보고 맥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네마 투게더’에 꼭 참가해 보세요. 또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열리는 ‘아주담담(亞洲談談)’도 국내외 영화감독 및 배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배우 양쯔충(楊紫瓊), 장원(姜文) 감독, 이명세 감독 등이 참가한다고 하네요. 참, 올해는 제가 아내인 문소리(영화배우) 씨와 함께 개막식 사회를 볼 예정입니다. 작년에 우리는 부산에서 몰래 만나 해운대 시장에서 갯장어 먹고 야심한 밤 바닷가를 거닐었지요. 그런데 결혼 전인데도 우리를 보고 아무도 의심 안하던데요?
▽영화배우 주진모=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은 대부분의 장면이 부산에서 촬영됐고 부산 사투리로 연기했기에 부산은 제게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해운대에서 곽 감독, 배우 박시연 씨와 함께 관객들 앞에서 ‘사랑’ 콘서트를 열 계획이에요. 제 노래 솜씨를 감상하실 분들은 부산으로 오세요.
▽류승완(‘주먹이 운다’ ‘짝패’ 감독)=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계에선 추석 같은 존재예요. 오랫동안 못 보고 지내다가 다들 부산에서 만나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영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극장이 멀티플렉스화하면서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일이 사라졌지만, 그게 유일하게 부산에서는 가능한 것 같아요.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에 가 봐도 부산만큼 관객 중심의 열정적인 영화제는 없어요. 관객과 토론을 해 보면 수준이 무척 높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감독으로서 자신을 돌아다보게 되더라고요.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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