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집단 MC’의 등장은 단독 MC 한두 명과 패널 여러 명으로 이뤄지던 패턴이 사라지면서 등장한 오락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 주인 역할을 하는 MC와 일회성 게스트가 아닌 식구처럼 몰려다니는 ‘떼거리 MC 체제’의 원조 격은 현재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MBC의 ‘무한도전’이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자 다른 오락프로그램들도 잇따라 비슷한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 명의 게스트를 이끌며 단독으로 진행할 만한 비중 있는 진행자가 별로 없다는 것. 방송가 관계자들은 “요즘 연예계엔 강호동 이외엔 원톱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게스트 섭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높아지고 요구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자 연출자들이 게스트 섭외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수 MC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피선데이’를 연출하는 이명환 PD는 “그때그때 수혈되듯 나오는 게스트들은 아무리 톱스타라 해도 짜인 틀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살리기 힘들다”며 “매번 출연하는 고정 군단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친해지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식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진행이 산만해지고 ‘사담’을 늘어놓는 사례도 잦아진다. MC가 많다 보니 방송 진행이 산으로 가는 격이다.
지난달 26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배우 봉태규를 불러놓고는, 윤종신 김국진 김구라 신정환이 메인 MC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방송 시간 내내 서로를 비방해 빈축을 샀다. 또한 김구라 노홍철 윤종신 등 오락프로그램만 전문적으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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