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중인 ‘어깨너머의 연인’도 예고편에서 주인공 정완(이미연)의 “섹스를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이유 없이 몸이 아파 온다”처럼 섹스에 대한 대사들, ‘남자들은 모르는 그녀들의 누드 토크’에서 ‘누드’가 걸려 세 차례나 심의를 받았다. “아니, 누드 김밥도 있는데….”(영화 관계자)
허진호 감독의 영화 ‘행복’도 예고편에서 베드신이 잘렸고, 독립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예고편은 전체적으로 유해한 영상이라는 판정을 받아 예고편을 전면 재편집했다.
영등위 심의위원과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그들은 심의가 강화된 게 아니라 요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포스터나 예고편이 많아졌다며 ‘누가 봐도 성기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한 막대 사탕을 문 입술을 클로즈업한’ 영화 ‘색화동’의 포스터를 예로 들었다. 영화는 관람 등급이 나뉘지만 포스터나 예고편은 초등학생에게도 노출되는 ‘전체관람가’이기 때문이란다.
‘색화동’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색화동의 포스터는 ‘은유’일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걱정했다. 욕이나 비속어는 안 된다는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영등위는 구체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하면 그 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더 억압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꽉 잡아, 이년아’라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카피는 분명히 욕설이지만 할머니가 손녀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통과가 됐다. 같은 단어, 같은 장면이라도 전체적인 주제와 내용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 그러나 남녀가 같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면 몰라도 구체적인 정사 장면은 절대 안 된단다.
양쪽의 말에 다 공감이 갔다. 딜레마다. 공포 영화나 에로 영화는 어떻게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걸까. 예고편이나 포스터가 반려됐다는 뉴스가 오히려 “도대체 어떻기에”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맘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원래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찾을 수도 있는 이 ‘눈 가리고 아웅’의 상황은 어쩌나. 참, 이 칼럼은 자체 기준으로 15세 이상이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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