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개그야’ 등으로 대표되는 공연개그 프로그램의 ‘웃음발’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지난 8년여 동안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과 각종 유행어의 산실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청률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이렇다 할 화제도 낳지 못하고 있다.
○예능프로 중 1위에서 한 자릿수로
1999년 가을 처음 방영된 ‘개그콘서트’의 인기로 국내 방송사들은 잇달아 다채로운 개그를 무대에서 펼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후 SBS의 ‘웃찾사’가 뛰어들었고 2006년 2월 MBC의 ‘개그야’가 등장하며 공연개그 삼국지 시대를 맞이했다.
올해 방송 3사 공연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청률(AGB닐슨리서치 집계 결과)을 살펴보면 KBS2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6월부터 15% 내외에 머물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 1월 12.5%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5월부터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MBC ‘개그야’는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1월 14.8%, 2월 14.7%, 3월 11.4%의 전국 시청률(서울, 경기 등 11개 지역)을 유지했지만 점차 떨어져 9월 6.2%, 10월 6.7%의 시청률(서울, 경기, 광주, 대전, 춘천, 마산, 청주)을 기록했다. 한때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며 예능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이 아예 폐지되거나 방영 시간대를 바꾸는 일도 잦다. 신인 개그맨을 새롭게 선보였던 ‘개그사냥’(KBS)과 ‘개그1’(SBS)은 지난해 사라졌다. 웃찾사의 경우 지난해 가을 개편부터 일요일 오후 6시 40분에 방영되던 것을 15일부터 목요일 오후 11시대로 옮긴다. 다시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는 셈이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식상한 포맷”
전문가들은 ‘웃음 코드’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시청자들이 패턴의 반복에서 오는 뻔한 웃음보다 리얼리티 쇼처럼 캐릭터가 주는 현실적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코미디 비평가인 손병우 충북대 교수는 “시청자들은 대본에 따라 진행되는 연기를 감상하기보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연예인들의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연개그는 △상황제시 △반복 △역전 등 3단계를 거치며 최소한의 이야기 구조를 토대로 연기자들의 재담을 활용한다. 엉뚱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얻어지는 의외의 재미가 이런 공연개그의 묘미다. 하지만 최근 무(無)형식의 포맷으로 이뤄지는 ‘무한도전’식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공연개그는 진부한 장르로 여겨지고 있다.
제작진은 이외에도 △오랜 시간 방영되며 식상해진 포맷 △신인 연기자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등을 꼽았다.
‘개그야’의 노창곡 PD는 “즉석에서 보여 주는 공연개그는 표현방식과 완성도 면에서 떨어지는 부분을 방청객의 호응으로 메워야 한다”며 “따라서 시청자의 기호에 맞춰 재빨리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밌는 코너도 수명이 4∼5개월을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포맷에 얽매여 새로운 개그를 개발하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안이함도 인기 하락의 이유다. 개그맨 박승대 씨는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이 잘됐던 이유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전개 덕분”이었다며 “시청자들은 더 신선한 걸 원하는데 사람만 바뀌었을 뿐 어디서 본 듯한 개그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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