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정보]중간광고‘별거아닌 묘약’? 희한한 찬성논리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방송위원회가 14일 개최한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 범위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는 300여 명의 방송 관계자가 대거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최현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도 “공청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중간에 자리도 뜨지 않고 경청하는 것은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청회의 토론이나 논리는 장내 열기와 달리 지지부진했다. 방송위가 중간광고 도입을 결정한 뒤에야 공청회를 열어 제대로 여론 수렴이 안 된 탓이었고 토론자들도 이 같은 절차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중간광고를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에도 모순이 많아 공청회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찬성론자들은 한국방송협회나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를 인용하며 중간광고 도입으로 지상파 3사의 추가 수입이 연간 400억 원에 불과해 다른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했다. 연간 400억 원이면 2조4000억 원인 지상파 3사 매출의 1.7% 수준으로 그야말로 ‘별거 아닌’ 셈이다.

그런데 주영호 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은 지상파의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디지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중간광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방송시장이 개방될 때 외국 자본에 맞설 지상파의 경쟁력을 위해 중간광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간광고는 지상파에 ‘묘약 중 묘약’이라는 주장이다.

공청회에서 나온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국내 매체 불균형 가속화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간광고가 “별거 아니다”고 내세우고, 지상파의 경쟁력 강화에는 ‘묘약’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별거 아닌 묘약’이라는 희한한 처방이 나온 셈이다.

이날 발표된 방송위 보고서는 중간광고 도입으로 지상파들의 수입은 최대 4593억 원 증가하는 반면 케이블TV는 668억 원, 인터넷은 1215억 원, 인쇄매체는 1484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청회에서 중간광고의 손을 들어 준 이들은 자기 앞에 놓인 이 보고서도 외면한 채 유리한 논리만 취하다 보니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시청자가 겪는 불편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별거 아닌’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데 지상파가 왜 총력을 기울이는지, 연간 400억 원의 수입으로 어떻게 프로그램 질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 비용도 마련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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