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염치없는 KBS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서 KBS가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6월 KBS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8월에는 KBS를 비롯한 지상파TV들이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방송위원회에 요청했다. 여당 추천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위가 최근 두 가지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KBS는 거칠 것이 없어졌다.

KBS가 수익 확대를 위해 두 가지를 동시에 관철하려는 것은 염치없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세계적으로 중간광고를 하는 공영방송은 없다. KBS가 정도(正道)를 걷는 공영방송이 아님을 스스로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KBS는 수신료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 “광고가 공영방송의 주(主) 수입원이 되고 있어 시청률 위주의 편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었던 과오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현재 방식의 광고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방송의 상업화와 시청률 경쟁을 부채질한다. 프로그램 내내 시청자 눈길을 붙잡아 두어야 중간광고를 많이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광고료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간광고를 잡기 위해 지상파TV들은 더욱더 공공성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KBS는 수신료를 올려 달라고 할 때는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내세워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중간광고를 얘기할 때는 공공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수신료 인상 요구에 앞서 먼저 방만 경영을 쇄신함이 옳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발표한 이후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사적인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이다. 8일 KBS노조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국회 앞에서 벌였다. 정연주 KBS 사장의 무능 경영을 비판하고 시청자 권리와 공공성을 강조하던 노조가 수신료 인상에는 정 사장과 같은 편이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은 차기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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