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문화계…‘경쟁&생존’ 키워드로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재테크-자기계발 관련서적 베스트셀러에

‘타짜’ ‘쩐의 전쟁’등 억척인생 작품소재로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문화 부문에서는 경쟁과 생존을 다룬 책, 드라마,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 자기계발 성공 재테크 관련 책이 외환위기 이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소설도 ‘아버지’처럼 가족이나 개인의 고민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대세를 이뤘다. 영화나 드라마도 ‘타짜’ ‘이브의 모든 것’ ‘쩐의 전쟁’ 등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거나 돈벌이를 다룬 작품들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출판계에서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는 외환위기 이후 성장세를 보이다 최근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마시멜로 이야기’ 등 자기계발서 판매량은 2005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교보문고의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50위권을 분석한 결과 경제경영서의 점유율이 30%로 소설(20%)이나 비소설(22%)보다 앞섰다.

이런 경향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으로 팽배한 경제 또는 시장 우선주의가 출판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경제서와 재테크 서적이 많이 팔린다는 공식대로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돈벌이와 재산 불리기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쩐의 전쟁’ ‘하얀 거탑’, 영화 ‘미녀는 괴로워’ ‘타짜’ 등은 경쟁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과정을 다뤘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은 전신 성형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다. ‘하얀 거탑’은 냉혹하게 상대를 짓밟거나 적과 손잡는 주인공을 다뤘다. ‘쩐의 전쟁’ ‘타짜’도 욕망을 위해 발버둥치거나 먹고살기 위해 악착을 떠는 우리네 모습이 배어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경쟁 스토리 구조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미스터 큐’ ‘이브의 모든 것’ ‘귀여운 여인’ 등 외환위기 이후 인기 드라마 중에는 일과 사랑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를 지닌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등 순애보를 다룬 드라마도 인기를 끌었다. 경쟁에 지친 이들이 현실에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랑’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다. 고구려를 다룬 드라마들이 인기를 끈 것도 “고단한 세상살이 때문에 지금과 달랐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사극이 충족시킨 덕분”(건국대 윤석진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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