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중에겐 “좋지만 재미없는 예술 영화”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칸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국제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이 국내에서 관객 100만 명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관객 200만 명을 넘겼지만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점에서 실사 영화 ‘색, 계’의 100만 명 돌파는 의미 있는 결과다.
개봉 첫 주 233개였던 상영관은 3주차인 지금도 220개를 유지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평일 관객이 개봉 1주차보다 2주차에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개봉 2주가 지난 뒤에도 평일 4만 명, 주말에는 7만∼9만 명의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다.
수입사 마스엔터테인먼트의 김은경 상무는 “(한국에서 잘 안되는) 중국 영화인 데다 너무 길어(2시간 37분) ‘잘돼야 70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충격적 정사 장면이 화제를 모았고 리안 감독의 내한도 도움이 됐다”며 “흥행의 일등공신은 중장년층 여성 관객”이라고 말했다.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21일부터 집계한 ‘색, 계’의 관객 중 30, 40대의 비율은 57%로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인 ‘세븐 데이즈’의 3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여성 관객의 비율도 62%로 ‘세븐 데이즈’의 54%, ‘식객’의 53%보다 높다. 실제로 아파트촌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평일 첫 회 관객이 150∼200명에 이를 정도로 주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씨는 “원래는 남자를 파멸시키는 ‘팜 파탈’ 영화인데 여성 관객들이 량차오웨이의 우수에 찬 눈빛에 빠지면서 ‘옴 파탈’ 영화라고 말한다”며 “영화 속에서 친일파인 량차오웨이는 분명 ‘나쁜 놈’이지만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들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10, 20대 여성의 사랑에 대한 로망은 ‘나의 순결성을 지켜 주는 꽃미남 왕자님’이지만 그것이 허구임을 알고 있는 30, 40대 여성들은 이 영화처럼 ‘모든 것을 거는 치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
영화를 4번 봤다는 강 씨는 “량차오웨이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장면에서 매번 모든 여성들이 탄성을 터뜨리는데 남성 관객들은 ‘다이아몬드 때문이냐’고 불만이지만 여성은 반지를 주는 그 마음에 감동하는 것”이라며 “리안 감독이 여성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히 포착했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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