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삼서면 보생리의 한적한 농촌 마을,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낯설다. 고령화된 보생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최연소 이장님은 바로 김향숙(33) 씨. 경상도 토박이였던 그녀는 전라도 총각 강덕원(37) 씨와 결혼하며 2년째 이장으로 활약 중이다.
경상도 처녀 향숙 씨가 전라도 농촌 마을의 이장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EBS ‘다큐-여자’는 28일 오후 7시 45분 ‘이장님, 우리 이장님 1부-나는야! 보생리 김 이장’ 편을 방영한다.
울산에서 3남 4녀 중 여섯째로 자란 그녀는 1997년 이곳으로 시집왔다. 물설은 타향살이 탓에 한때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사에 당찬 성격을 발휘해 집안 잔디 농사를 세 배로 키웠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출신 형님을 대신해 맏며느리 노릇을 하며 집안과 마을의 살림꾼으로 자리 매김했다.
김 씨가 보생리 주민에게 인기 만점인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마을 노총각들에게 베트남 아가씨를 소개해 주고 있기 때문. 시아주버니에게 베트남 아가씨 타오를 소개하며 시작한 이 일은 한적하기만 했던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평범한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 씨는 마을 일로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제작진은 아내, 며느리, 엄마이자 젊은 이장으로서 죽어 가는 시골마을을 활기차게 바꿔 나가는 향숙 씨의 유쾌한 삶을 들여다본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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