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종영되는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연출 김종학)의 내용이다. 제작기간 3년, 430억원의 제작비, 한류스타 배용준의 복귀작 등 많은 화제를 낳으며 9월 11일 첫 방영된 '태왕사신기'는 4회 만에 시청률 30%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방송계는 태왕사신기의 성공은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가능성 △'한국형 판타지'의 첫 성공사례 등 단순히 드라마 한편이 인기를 얻은 것과 다르다고 평한다.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성공. 드라마 양극화 시대
'태왕사신기'는 영화 못지않은 특수효과, 다양한 연출 기법, 화려한 무대장치 등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볼거리를 제공했다. 방송계의 관심은 '태왕사신기'를 계기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제작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것. 일반 미니시리즈 10편 이상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을 투자해 3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결국 실패 아니냐는 평도 있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의 경우 3일 NHK의 위성채널 BS하이비전 에서 '태왕사신기'가 첫 방영됐다. '태왕사신기' 공식 메이킹 북은 6만권이 팔렸으며 프리뷰 DVD는 10월 일본 오리콘 DVD 챠트 1위를 차지했다. 5일부터는 드라마를 총 12편으로 나눠 2주일에 1편 씩 30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대만 공영방송인 CTV는 '태왕사신기'를 편당 3만 달러 가격으로 수입해 12월 중순부터 방영한다. 현재까지 싱가포르,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 등 16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미국 소니 사와도 계약을 진행 중이다. '태왕사신기' 마케팅 담당 이효선 과장은 "해외매출은 최대 800억원까지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태왕사신기'를 계기로 해외 시장을 겨냥할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국내용 소자본 드라마가 구분돼 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운현 MBC 드라마국장은 "동남아 뿐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면 드라마 제작 규모도 커져야 한다"며 "향후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줄어들 것이며 큰 시장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국내 시장을 노리고 제작된 드라마로 나누어 생산되는 양극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왕사신기는 게임?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기대
'태왕사신기'의 특징 중 하나는 유독 아이들이 많이 봤다는 것.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의 타깃별 주간 시청률(11월12~18일)에 따르면 '태왕사신기'는 어린이(4~12세)와 청소년(13~18세)층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문화평론가들은 '왜 아이들이 태왕사신기를 챙겨볼까'란 대답을 '판타지'에서 찾는다. '태왕사신기'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의식해 방영된 고구려 드라마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과 다르다는 것. 아이들이 '태왕사신기'를 사극이라기보다 하나의 게임처럼 받아들인다.
'태왕사신기'는 '리니지'같은 온라인 게임처럼 주인공이 아이템(4개의 신물)을 모으는 미션 수행을 통해 영웅으로 성장한다. 전문가들은 "'태왕사신기'는 영웅의 성장이라는 보편적 이야기와 한국 역사의 특이점이 적절히 섞여진 한국형 판타지"라고 평한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 학부 교수는 "해리 포터도 영국만의 독특한 신비주의, 문화 등에 보편적 이야기인 영웅의 시련과 성장이 합쳐져 세계적인 콘텐츠가 됐다"며 "많은 이야기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차별성과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이야기가 위력을 발휘하는데 '태왕사신기'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합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 적용된 콘텐츠"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