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제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탄 한국 여배우는 많지만 남자 배우는 이덕화 하정우 등 거의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2일 토리노에서 귀국을 준비하던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왔죠. 소식을 들었을 땐 떨렸는데, 단상에 오르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영어와 이탈리어로 짧게 인사를 했는데 굉장히들 좋아하셔서 힘이 났어요.”
수상보다 더 기뻤던 건 ‘경의선’을 본 이탈리아 관객들이 한국 관객이 울고 웃던 부분에서 똑같이 반응했다는 사실. ‘외국인들이 이해할까’ 하는 의심이 ‘우리의 정서와 진심이 통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상처받은 두 남녀가 서로를 치유해 주는 내용의 ‘경의선’은 한국에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엔 참패했다.
“개봉관 수가 10개 정도였어요. 대중이 접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게 속상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무대 인사도 혼자 열심히 다녔죠.”
더구나 ‘식객’과 관련해 ‘스타 캐스팅이 안 돼 투자를 못 받았다’, ‘(음식 영화인데) 밥값이 없어 촬영을 못 한다’ 등의 소문은 그에게 상처를 줬다. “그땐 다른 영화도 힘들었거든요. 그런 얘기는 영화 만드는 사람들로선 정말 힘이 빠져요.”
이러니 ‘식객’ 성공 뒤 솔직히 ‘좀 고소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웃기만 한다. 그는 흥행 비결에 대해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감독님과 배우들이 더 똘똘 뭉쳐 찍은 ‘헝그리 정신’ 덕분”이라고 했다.
27일에는 그가 주연한 심리 스릴러 ‘가면’도 개봉한다. ‘홀리데이’ 양윤호 감독이 연출한 ‘가면’에서 그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되는 형사로 나온다. ‘식객’ 촬영 종료 뒤 한 달 만에 촬영에 들어갔다. 체중을 감량해 날렵한 형사의 모습으로 ‘급변신’한 뒤 한동안 서울 중부경찰서로 출근하며 형사들과 함께 지냈다.
“형사 흉내 내는 건 쉬워요. 영화에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들의 내면을 알고 싶어 같이 소주 마시면서 고민을 많이 들었어요. 사건 자료도 많이 읽어 보고요.”
‘가면’에서 그는 ‘모터사이클의 페라리’라 불리는 ‘듀카티’의 몬스터 695 기종을 타고 다닌다. 원래 모터사이클을 탈 수 없는 곳에서도 ‘멋있게 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위험한 장면을 찍느라 고생을 했다. 예전엔 ‘할리 데이비슨’ 같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 못 했지만, 타 보니까 그 스피드와 소리에 확 매력이 느껴졌단다.
내내 톤의 변화가 없는 나직한 말투. 그는 ‘식객’의 주인공 ‘성찬’처럼 진중한 젊은이 같지만, 얼마 전 제작보고회에서 양윤호 감독은 “김강우가 점잖은 줄 알았는데 질 낮은 농담도 잘하고 아주 ‘삼류’스럽다”며 좌중을 웃겼다. 이제 서른도 안 된 그는, 아직 보여 줄 게 많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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