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태왕사신기’의 현무(오광록), KBS ‘대조영’의 미모사(김정현), 채널CGV ‘8일’의 정약용(박정철)까지 왕을 왕답게 만드는 ‘왕의 남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10회부터 등장한 MBC 이산의 홍국영은 방영 초반부터 SBS 드라마 ‘왕과 나’와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경쟁을 벌였던 이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시청자의 표현처럼 그는 “불붙은 말꼬랑지처럼 톡톡 튀는 감초역”을 해내고 있다.
2일 여의도에서 만난 한상진(30)은 “노력은 그분(이산)이 다하는데 공은 내가 다 받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개소리, 꼴통, 될 놈만 미네 등 사극어법에서 많이 벗어난 어투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입은 비뚤어져도(극중에서 홍국영은 입이 조금 비뚤어지게 나온다) 말은 바로 하니까…. 언중유골(言中有骨)의 힘이죠.”
그는 데뷔 8년 된 ‘중고 신인’이다. 2000년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를 거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단역을 맡았다.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올해 초 방영된 MBC ‘하얀거탑’에서. 장준혁(김명민)의 오른팔인 조교수 박건하로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이산에 출연하니 모두 신인배우로 알아준다”며 “전작을 시청자들이 기억 못하는 건 내겐 행운인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온전히 현재 출연하는 드라마의 캐릭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홍국영은 정조를 왕위에 올린 ‘킹메이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권세를 얻은 그는 동생을 후궁으로 앉히며 전횡을 일삼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지금까지 코믹 터치로 나온 비판적 지략가 홍국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 역사책을 통해 홍국영을 독파한 한상진은 “엇갈린 평가 이전에 갖은 처세술을 통해 살아남으려 했던 인간 홍국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왕의 남자, 즉 책사들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거 같아요. 야구감독이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는 것처럼 말이에요. 2인자들은 언제든 한 방에 1인자가 될 수 있는 무서운 존재죠. 홍국영의 인기는 시청자들의 그런 욕망을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언제까지 이산에 홍국영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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