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첫 합동 TV 토론회가 6일 열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날 토론회는 정치 통일 외교 안보 분야를 주제로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되며, KBS와 MBC에서 생중계한다.
참석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6명이다. 이들은 초청 대상 기준인 원내 5석 이상인 정당의 후보, 직전 전국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인 후보이다.
미디어 선거전에서 TV 토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후보의 자질보다는 이미지와 말솜씨만 보게 된다는 지적도 많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부터 ‘TV 토론 잘 보는 법’에 대해 들어 봤다.
▽토론 진행 전략에 속지 말아야=중앙대 언론문화연구소 이영수 선임연구원은 “후보들이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비슷한 이야기로 슬쩍 주제를 돌려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묻는 말엔 대답 않고 딴소리’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토론 참가자가 6명이나 되고 주제가 분산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추가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어려운 만큼 시청자들이 알아서 이 같은 말 돌리기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알려진 범죄 사실만 해도 10여 가지인 ○○○ 후보는…” “숙부에게서조차 버림받은 ○○○ 후보는…”이라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정치인 사이의 공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법이다.
성균관대 이상철 교수(레토릭 전공)는 “후보들의 토론 진행 전략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되묻는 역질문이나 답변을 몰아가는 유도질문, 여러 개의 질문을 섞어 교묘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질문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을’뿐 아니라 ‘어떻게’도 살펴야=선문대 신문방송학과 황근 교수는 “언변보다는 정책을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내가 무엇을 하겠다’며 정치적 선언을 하는 건지, 아니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까지 말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후보자가 어차피 만물박사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사소한 실수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정책과 감세 정책을 함께 주장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중요한 문제”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선 후보 TV 토론회는 ‘배우’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를 뽑기 위한 자리”라며 “방송 이미지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옷차림이나 분장, 즉석 임기응변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2∼3초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준비가 안 된 후보’라고 결론을 내리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이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정치 및 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지 △자신의 약점을 공격하는 질문에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지 등은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선 후보 간 2차 토론은 11일 사회 교육 문화 여성 분야를 주제로, 3차 토론은 16일 경제 노동 복지 과학 분야를 주제로 열린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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