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올리기…어느배우가 경제적이였나

  • 입력 2007년 12월 10일 20시 14분


한 시즌에 1000만원 받고 10골을 넣는 축구선수와 1억원을 받고 20골을 넣는 선수 중 누가 효율성이 뛰어날까?

스포츠 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고비용 저효율' 배우가 있고 '저비용 고효율' 배우가 있다. 올해 1월부터 12월 10일까지 방영된 지상파 3사 드라마 61편(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제외) 중 시청률 상위 30위까지를 뽑아 시청률과 주연 배우 출연료의 관계를 분석했다.

●시청률과 몸값의 관계?

주연 배우 출연료(회당)에 드라마 방영 횟수를 곱한 후 이를 평균 시청률로 나눠 시청률 1% 당 비용이 나온다.

분석결과 시청률 1% 당 가장 적은 비용이 든 드라마 주연은 '소금인형'(SBS)으로 복귀한 황수정으로 시청률 1%당 355만원 꼴이었다. 이어 '행복한 여자'(KBS2)의 윤정희(391만원), '며느리 전성시대'(KBS2)의 이수경(600만원), '아들 찾아 삼만리'(SBS)의 소유진(615만원), '조강지처클럽'(SBS) 오현경(743만원) 순이었다. 특히 이수경, 윤정희는 출연료는 적게 받았지만 2007년 전체 드라마 중 평균 시청률은 각각 6위 8위에 올랐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올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시청률 1%당 가장 '몸값'이 비싼 연기자는 '태왕사신기'(MBC)로 화제를 몰고 다닌 배용준(2억2388만원)이었다. MBC노보(12월 6일자)에 따르면 '태왕사신기 출연료 430억 원 중 배용준에게 지급된 금액이 60억 여 원에 달한다'로 나와 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배용준의 편당 몸값은 2억5000만원인 셈. 배용준을 비롯해 '주몽'(MBC)의 송일국(3204만원), '쩐의 전쟁'(SBS)의 박신양(3278만원), '대조영'(KBS)의 최수종(3661만원) 등이 나온 드라마는 평균시청률 1~5위를 차지해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은 '고비용 고효율'이 됐다.

●2007년은 A급 여배우의 무덤?

그동안 TV는 물론 영화계에서 고액의 개런티를 받아온 스타를 캐스팅해놓고도 시청률 순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해 체면을 구긴 드라마도 부지기수다.

'푸른 물고기'(SBS)로 9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고소영과 '문희'(MBC)로 6년 만에 복귀한 강수연이 대표적인 케이스. 고소영 몸값은 시청률 1% 당 6400만원이었지만 평균 시청률은 7.5%에 그쳤다. 평균 시청률 11.8%를 낸 강수연(7474만원)도 마찬가지.

. '90일 사랑할 시간'의 김하늘(6153만원), '에어시티'(이상 MBC)의 최지우(5818만원), '사랑에 미치다'(SBS)의 이미연(4615만원), '마녀유희'(SBS)의 한가인(3996만원) 등은 투입된 비용(개런티)에 비해 5~10%대의 부진한 시청률로 '고비용 저효율'을 기록했다. 남자배우에서는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한 '꽃 찾으러 왔단다'(KBS)의 차태현(9600만원), 시청률 8.1%의 '눈의 여왕'(KBS)에 출연한 현빈(4938만원) 등이 있다.

●스타의 몸 값, 어떻게 봐야하나?

국내 드라마(미니시리즈 기준)는 회당 평균 1억원의 제작비가 든다. 방송계에서는 이중 60%가 주연배우 개런티와 작가료로 쓰인다고 말한다. 현재 A급 스타 드라마 편당 출연료는 2000~2500만 원 선에서 설정된다.

올해 '고비용 저효율'을 보였다고 해서 출연료가 바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스타의 몸값은 매년 올랐다. 스타 시장은 다른 상품과 달리 값이 오르면 공급이 많아지고 가격이 떨어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값에 비해 시청률이 지나치게 저조할 경우 주연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면 배우들 스스로 몸값을 낮추기도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한류스타들은 국내 시청률보다는 일본, 대만 등 해외시장에 판매될 것을 염두에 두고 출연료를 산정한다. 한류스타가 캐스팅 되면 선(先)구매로 자본이 들어오기도 해 배우들은 이를 근거로 높은 출연료를 요구한다. 한류 스타들은 출연료를 더 받고 해외 판권 및 초상권 등을 제작사에 넘기거나 아니면 해외 시장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출연료를 일부 낮추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방송계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류 스타는 배용준, 이병헌, 권상우, 소지섭, 이영애, 최지우 등 10명 정도일 뿐 내수 시장만으로는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2500만원 넘는 건 문제"라고 말한다.

KBS 고영탁 드라마1팀장은 "연기자 몸값이 한계점에 왔다"며 "수익이 남아야 하는데, 관련 광고가 다 팔려도 수익이 남질 않는다"고 말했다.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도 "지나친 비용으로 방송사에서 드라마 축소편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지나친 경쟁으로 외주 제작사들도 적자를 보고 있어 돈이 되는 줄 알고 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염희진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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