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해맑은 얼굴 뒤의 ‘잔혹한 동심’…‘헨젤과 그레텔’

  • 입력 2007년 12월 27일 0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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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동화의 ‘거꾸로 버전’

아역들 음산한 연기 일품

‘무섭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까 염려했는지 영화사도, 감독(‘남극일기’의 임필성)도 “공포영화로 보지 말라”고 거듭 말했다. 그 말은 맞다. 27일 개봉하는 ‘헨젤과 그레텔’의 주된 정서는 슬픔이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잔혹한 슬픔을 다룬 잔혹동화’이면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거꾸로 버전이다. 동화 속에서는 마녀가 애들을 잡았지만 여기선 아이들이 어른을 잡는다.

은수(천정명)는 사고로 정신을 잃고 숲 속에서 눈을 뜬다. 숲에서 만난 소녀 영희(심은경)를 따라 오빠 만복(은원재), 동생 정순(진지희),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소녀의 집으로 간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 그러나 식구들은 뭔가 이상하다. 더구나 아무리 집을 떠나려고 해도 숲에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의 공간을 창조했던 류성희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음란서생’ ‘달콤한 인생’의 김지용 촬영감독이 만들어 낸 장면 하나하나는 동화 속 삽화같이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보는 동화는 아니다. 언뜻 보면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과자가 가득한 귀엽고 아늑한 집. 그러나 자세히 보면 TV에선 신체 훼손 이미지의 만화가 나오고 벽지의 무늬, 인형 하나하나도 심상치 않다. 무섭기보다 뭔가 찜찜하다.

클로즈업의 빈번한 사용도 기괴한 분위기를 더한다. 인물의 얼굴을 극도로 가까이서 잡았을 때 겉으로는 웃고 있는 인물의 또 다른 감정이 보인다. 땀을 한 방울 찍 흘리거나 다리를 떨거나 물 마실 때 ‘꼴깍꼴깍’ 소리까지, 작은 행동과 소리들을 유난히 크게 강조하는 것도 으스스하다. 순진한 얼굴 속에 감춰진 음산함을 표현하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놀랍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 분위기가 전부다. 후반부에 아이들의 비밀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지만 그 자체가 놀랍거나 그 과정이 긴장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동심이 훼손될 때 나오는 잔혹한 상상력을 보여 주기 위함이라지만 아동 학대에 아동 성폭행을 암시하는 장면에 불편해할 관객도 많을 것 같다. 12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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