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본격 뱀파이어 영화다. 뱀파이어 무리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주로 지붕 위에서 놀며 자동차도 맨손으로 부수고 순식간에 인간의 몸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다. 핏기라고는 없는 얼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자막이 나온다)을 계속 지껄인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공포는 배로라는 도시가 주는 ‘고립감’에서 나온다. 극장 안에 냉기가 돌 정도로, 보기만 해도 지독하게 추운 그곳에 밤만 계속되고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락방에 모여 있다. 나가도 죽고 안에 있어도 죽는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뱀파이어와의 대결보다 더 무섭다.
스티브 닐스와 벤 템플스미스의 ‘그래픽 노블’(성인 취향의 두꺼운 만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300’이나 ‘씬 시티’처럼 ‘그래픽 노블스러운’ 화면 구현에 힘을 쏟았다. 온통 까만 하늘 아래 새하얀 눈밭, 그 눈밭엔 시뻘건 피가 흐른다. 무섭게 ‘스타일리시’하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뒤로 갈수록 힘이 달리는 느낌을 주더니 결말 부분의 대결은 역시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면서 싱겁게 끝난다.
피범벅 하드 고어나 뱀파이어류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즐거운 오락영화, 그렇지 않은 관객에겐 ‘재앙’ 수준이다. 뱀파이어들은 총을 쏘아도 끄덕도 안 하기 때문에 도끼로 목을 잘라야 하는데 한 번에 깨끗하게 끝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도끼질을 해야 하는 그 과정을 참 자세히도 보여 준다. 청소년 관람 불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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