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노래로 엮어낸 청춘이야기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비틀스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 주드와 루시(왼쪽)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
비틀스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 주드와 루시(왼쪽)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영화로 ‘듣는’ 비틀스는 어떤 느낌일까.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는 비틀스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원스’ ‘어거스트 러쉬’ 등 성공한 음악 영화 틈새에서 이 영화만의 특색이 있다면 음악이 스토리를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줄거리는 33곡의 가사로 짜 맞춘 퍼즐 같다. 영화는 ‘걸(Girl)’의 가사에서 따온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없나요? 내 곁에 머문 한 여자에 대해서”라는 한 남자의 독백에서 시작해 재회한 남녀가 함께 부르는 이 노래로 끝난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뿐, 사랑은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올 유 니드 이스 러브’).

시대 배경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영국 리버풀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청년 주드(짐 스터저스)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향한다. 거기서 맥스(조 앤더슨)와 그의 여동생 루시(에번 레이철 우드)를 만나고 주드는 루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맥스는 징집 통지서를 받고 루시는 반전 시위에 가담한다. 전쟁 때문에 친구를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애인까지 잃어버린 주드. 불법 체류자 신세로 할 수 있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 주드는 묻는다. “당신은 혁명을 원한다 말했지. 잘 알잖아.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해.”(‘레볼루션’)

누군가의 말처럼 비틀스 노래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상실의 아픔, 사랑의 기쁨, 세상에 대한 허무 등 살면서 한 번쯤 느껴 봤을 모든 감정이 비틀스 노래에 녹아 있다.

전장의 한가운데서 흐느끼는 흑인아이의 슬픔은 ‘렛 잇 비’로, 뉴욕 뒷골목의 부랑자와 창녀들의 찌든 일상은 ‘컴 투게더’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혼자 바에 앉아 기타 줄을 튕길 땐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가, 강가에 앉아 혁명과 사랑의 허무함을 곱씹을 땐 ‘블랙 버드’가 흘러나온다. 특히 반전 시위와 베트남전, 열광적인 콘서트 현장이 어지럽게 오버랩 되며 흐르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명장면.

주인공들의 이름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주인공 주드는 ‘헤이 주드’에서, 루시는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 맥스는 ‘맥스웰스 실버 해머’에서 따왔다. 마치 숨은 그림 찾듯, 배역들의 이름과 노래를 매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전히 비틀스 열병을 앓고 있는 마니아들이라면 이 영화는 아주 소중한 소품이 될 듯. 그룹 U2의 보컬 보노가 깜짝 출연한다. 2월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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