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열여섯 살 때부터 시를 써 왔다. 빼곡하게 자작시를 적은 노트를 차곡차곡 바닥에 쌓으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다. 프로그램 첫 부분에서 오 씨는 최근에 쓴 자작시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가도’를 암송하며 등장한다.
비가 좋아서 아침에 비가 내리면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고등학교 시절 얘기, 집 앞 텃밭에서 7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그는 “비 내리는 아침이면 시집 한 권, 노트 한 권을 가방에 넣고 서울 성북역에서 정처 없이 기차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고교 3학년 때 30일 이상 결석하고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선로 수리공이 되기를 꿈꿨다는 오 씨의 사춘기 자작시도 들어 본다.
그는 좋아하는 시인으로 김수영, 정지용, 백석, 김기림을 꼽았다.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를 암송하며 오 씨는 “모든 시어가 보석처럼 빛난다”고 찬탄했다.
개성 있는 연기자의 모습을 넘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삶에 스며든 시가 생활에서 묻어나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오광록의 영혼을 만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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