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국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1960년)를 복원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2일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재단(WCF)과 공동으로 김 감독의 ‘하녀’를 디지털 복원하고 있으며 이를 올해 칸 국제영화제 클래식 섹션(복원작 상영 부문)에서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CF는 스코세이지 감독 외에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 왕자웨이(중국) 스티븐 프리어스(영국) 등 세계적 감독들이 모여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출범시킨 기구. 영화유산 보존을 위해 세계의 고전 영화를 발굴해 복원하고 있다. WCF는 ‘하녀’의 복원비 1억7600만 원 가운데 1억2000여만 원을 지원한다.
조선희 영상자료원장은 “WCF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영화를 지원하고 있어 한국은 대상이 아니지만 영상자료원이 보낸 ‘하녀’ DVD를 본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 작품의 블랙유머와 그로테스크 분위기에 매료돼 이사회에서 1시간에 걸쳐 ‘하녀’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올해 WCF는 ‘하녀’ 외에도 터키의 ‘드라이 서머’(1964년), 세네갈의 ‘투키 부키’(1973년)를 복원한다.
한국 영화사에서 개성 있는 감독으로 꼽히는 김기영 감독은 1922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치대를 나왔으며 1955년 ‘주검의 상자’로 데뷔해 ‘하녀’ ‘현해탄은 알고 있다’ ‘화녀’ 등 30여 편을 만들었다. 1998년 자택의 화재로 사망했다. 특히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등이 출연한 ‘하녀’는 중산층 가정에 들어온 하녀로 인해 가족이 붕괴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올해 김기영 감독의 10주기를 맞아 복원이 끝난 뒤 DVD 출시와 일반 상영관 개봉을 검토하고 있으며 6월 19일부터 영상자료원(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시네마테크 KOFA’에서 ‘김기영 전작전’을 개최한다.
한편 영상자료원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한국 영화로 알려진 ‘미몽’보다 앞선 극영화를 발굴해 복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무성 영화이며 3월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