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最古 한국영화 찾았다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인 ‘청춘의 십자로’. 1934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다. 사진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인 ‘청춘의 십자로’. 1934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다. 사진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영상자료원, 1934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발굴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한국 영화가 새로 나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안종화 감독의 1934년 작 흑백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발굴했다고 4일 밝혔다. 지금까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로 꼽혀온 양주남 감독의 ‘미몽’(1936년)보다 2년 앞선 작품이다. 안 감독은 배우 출신으로 ‘꽃장사’(1930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모두 12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나 필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이 영화는 복사본(print)이 아닌 질산염 재질의 원본필름(original negative)으로, 1930년대까지 사용되던 질산염 재질의 필름이 발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발견된 필름은 모두 9롤이며 그중 훼손이 심한 부분을 제외한 약 73분 분량이 복원됐다.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는 “무성영화 말기 한국 영화의 형태와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국내에서 발굴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존하는 무성영화는 ‘검사와 여선생’(1948년) 한 편이 있으나 이는 유성영화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청춘의 십자로’에는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1926년)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신일선과 액션 스타 이원용 등 무성영화 시대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다. 농촌 청년 영복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겪는 고난을 그렸다. 당시 서울 한량들이 골프를 치거나 카페 여급 영옥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 개인소장가로부터 이 필름을 인수해 복원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하는 것을 기념해 5월 9일 개관 기념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이 영화를 공개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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