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가 4년 여간 극비리에 준비한 ‘크로싱’은 2002년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한 북한 탈북자 사건을 모티브 한 작품이다.
차인표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지독하게 불운했다. ‘목포는 항구다’나 ‘한반도’에서 체면치례를 했지만 ‘짱’ ‘닥터K’ ‘아이언 팜’ ‘보리울의 여름’ 등의 영화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차인표는 14년간 알고 지낸 김태균 감독이 탈북자라는 비상업적인 내용의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화산고’나 ‘늑대의 유혹’ 같은 영화 대신 이렇게 앞이 안 보이는 영화를 왜 나한테 같이 하자고 할까”라며 서운해 했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듯 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 할 거라는 두려움이 많이 있어 처음엔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출연을 고사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던 차인표는 우연히 청진역 근처에서 굶어죽은 북한 소년의 사진을 접했다.
그리고 “팔목이 제 3분의 일도 안 되게 말라서 자기 가방을 꼭 끌어안고 죽어있는 소년의 사진을 보는데 천만의 동포들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나는 대체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날 참 많이 울었다”라고 고백했다.
제작보고회에서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며 그의 눈가에는 다시 한번 물기가 촉촉히 맺혔다. 차인표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탈북자뿐만 아니라 현재 질병과 가난에 그대로 노출돼 숨도 못 쉬고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에 대해 되돌아 봤다”면서 “미약하나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이 작품에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극중 차인표는 평범한 가장이지만 아픈 아내를 치유할 약을 구하려고 탈북을 시도하면서 아들 준이와 헤어지는 아버지 용수역을 맡았다.
차인표는 “준이가 11살로 설정돼 있는데 제 친아들 정민이와 나이가 같아 자꾸 오버랩 됐다”라며 “몽골 사막으로 헌팅을 갔다 몸이 굉장히 아파 80시간 정도 굶은 적 있다. 그때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그런 경험이 캐릭터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차인표는 “종종 제게 총선 출마 계획이 있냐고 묻는데 정치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전 좌파나 우파는 잘 모른다. 단지 굶고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대신 울어주기 위해 ‘크로싱’에 함께 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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