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 씨는 김원일 작가의 ‘마당 깊은 집’을 읽으며 6·25 전쟁 당시 피란을 가서 지냈던 옛 집의 마당을 추억했다. 그는 “문학과 역사를 접한 독서 경험이 건축 디자인에 커다란 밑천이 됐다”고 말했다. 승 씨는 또 대학 시절 읽었던 고유섭의 ‘한국미술문화사논총’을 낭독하며 “전통이란 피로써 피를 씻는 악전고투를 치러 얻게 되는 것”이라는 문장에 새겨진 의미를 짚었다. 이 책은 그에게 태어나 자라난 이 땅의 문화를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 준 계기가 됐다. “건축가가 만든 집은 태어나자마자 사라져 버리죠. 집이란 그곳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 맞게 끊임없이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 원래의 건축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는 것으로 만족해요.” 승 씨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읽으며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보다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 비움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건축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