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짓는 건축가’ 승효상의 책들…KBS2 ‘낭독의 발견’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KBS2 ‘낭독의 발견-건축가 승효상’(밤 12시 45분)=‘빈자(貧者)의 미학’을 추구해 온 건축가 승효상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책들을 소개한다. 기능적 편리함과 외형적 화려함에 경도된 현대 건축에서 비움과 간결함에 방점을 둔 승 씨의 건축은 늘 정갈하다. 서울 강남구 학동의 수졸당 등 그의 건물들은 “건축은 삶을 위한 기계”라는 대 건축가 르 코르뷔제의 철학을 미학적으로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건축은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삶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승 씨는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에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꼽히기도 했다.

승 씨는 김원일 작가의 ‘마당 깊은 집’을 읽으며 6·25 전쟁 당시 피란을 가서 지냈던 옛 집의 마당을 추억했다. 그는 “문학과 역사를 접한 독서 경험이 건축 디자인에 커다란 밑천이 됐다”고 말했다. 승 씨는 또 대학 시절 읽었던 고유섭의 ‘한국미술문화사논총’을 낭독하며 “전통이란 피로써 피를 씻는 악전고투를 치러 얻게 되는 것”이라는 문장에 새겨진 의미를 짚었다. 이 책은 그에게 태어나 자라난 이 땅의 문화를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 준 계기가 됐다. “건축가가 만든 집은 태어나자마자 사라져 버리죠. 집이란 그곳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 맞게 끊임없이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 원래의 건축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는 것으로 만족해요.” 승 씨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읽으며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보다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 비움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건축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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