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꿇은 도사?…스타들의 치부 건드리는 파격 사라져 시청률도 뚝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MBC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수 오후 11시 5분)의 코너 ‘무릎팍 도사’의 출연진에게 19일은 굴욕의 날이었다.

‘황금어장’의 두 코너인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에 배당되는 방영 시간은 해당 녹화분의 재미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든다. 각 코너 출연진은 다른 코너를 견제하는 발언을 방송 중에 툭툭 던지기도 한다.

‘무릎팍 도사’는 진행자 강호동 등이 난처한 질문으로 게스트를 몰아세우며 아슬아슬한 말다툼 분위기를 만들어 인기를 끌어 왔다. ‘황금어장’ 방영시간 60분 가운데 ‘무릎팍 도사’가 40분 이상을 차지하는 ‘비교우위’가 대체로 지켜졌다. 하지만 19일의 ‘무릎팍 도사’는 30분을 가까스로 채웠다.

게스트로 출연한 하희라의 ‘최수종 이야기’는 아침방송 등 수많은 토크쇼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내용과 다를 바 없었다. “수없이 들었던 하희라 최수종 부부 이야기가 식상하고 지루했다”(이흥자·JAJA51682000) 등 시청자 의견도 대개 비판적이었다.

지난해 1월 시작한 ‘무릎팍 도사’는 대중 스타가 말하기를 꺼리는 금기를 과감하게 물어보면서 호응을 얻었다. 가수 이승철을 앉혀 놓고 “마약 때문에 구속됐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고, 문희준에게는 “왜 안티팬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 식이었다. 탤런트 최진실은 은퇴한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이혼 이야기를 피하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선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방송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비교적 진솔하게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스트와 진행자의 ‘기 싸움’에 비중을 뒀다는 점에서 깜짝 발언이 인기의 요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흔히 보던 말랑말랑하고 평범한 토크쇼가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행자와 게스트가 서로 눈을 흘기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화해하는 아슬아슬함을 잃고 편안하게 앉아 덕담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연을 가진 출연자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12일의 방송인 허참, 19일 탤런트 하희라가 그런 사례다. 1월 출연했던 골프선수 박세리, 영화배우 황정민도 평이한 성공담만 내놓았다. 대표 코너의 부진은 곧바로 ‘황금어장’의 시청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 20%를 넘보던 이 프로그램의 수도권 시청률은 12%대로 떨어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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