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 그려낸 두 영화 ‘동거, 동락’ ‘경축! 우리 사랑’
동거, 동락 - 호스트바에서 즐긴 애가 딸의 애인이라니
경축! 우리 사랑 - 딸의 남자와의 사이에 아기가 생겼는데…
○ 동거, 동락
엄마와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자위를 하는 대학생 딸 유진(조윤희). 자는 줄 알았던 엄마(김청)는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준다. 아빠는 ‘커밍아웃’을 한 뒤 젊은 남자 연인과 산다. 유진은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딜도(여성용 자위기구)를 사 준다. 엄마의 반응이 압권. “나쁜 년, 지는 남자 친구랑 하고 나는 장난감이랑 하라고?”
이런 모녀 사이에 큰일이 났다. 엄마는 친구들에게 이끌려 간 호스트바에서 어린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데 그 남자는 유진의 남자 친구 병석(김동욱)이다. 또 엄마가 만난 첫사랑은 병석의 아버지다. 영화 대사처럼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은 더 아픈 법”인데, 모든 것을 알게 된 네 사람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
스물다섯 여성인 김태희 감독은 “나와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나를 가장 모르는 존재들이 가족과 연인”이라고 했다. 가장 솔직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대와 믿음에 구속당해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며 각자의 위치에 충실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살게 되니까. 그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 가족들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혈연으로 맺어져 같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거부한다. 비현실적인 결말에 대해 출연진도, 제작사도 고민이 많았다.
“같은 집에서 서로 한마디도 안 하고 사는 게 가족인가요? 서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게 근본적인 가족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요?”(김 감독)
○ 경축! 우리 사랑
‘부도덕한 로맨스’를 표방하는 이 영화, 정말 재미있다. 주연 김해숙의 말에 따르면 ‘쉰 살 중년 여성이 사랑을 찾고 자신을 찾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노래방과 하숙집을 운영하는 아줌마 봉순(김해숙)이 딸이 결혼하려 했던 21세 연하 청년 구상(김영민)과 하룻밤을 보낸 뒤 덜컥 임신을 한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딸과의 이별 때문에 술에 취한 젊은 남자에게 봉순은 느닷없는 욕정을 느낀다. 남편 앞에서 그에게 도시락을 싸다 나르는 봉순의 모습은 추하기보다는 귀엽게 표현됐다. 한 지붕 아래 아빠와 엄마, 그들의 딸이 있고 엄마의 남자와 그 사이의 아기가 있다. 고민하는 어린 연인에게 엄마는 말한다. “너도 내 가족이야.”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에 배를 잡고 웃게 된다. “사랑인 줄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는 딸에게 봉순의 한마디. “이 나이 되면 한 번만 해 봐도 다 알아.” 분명 불륜이고 부도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색하고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을 오히려 어색하게 만든다.
마흔여덟 살 나이에 장편 영화에 데뷔하는 오점균 감독은 TV에서 효부상을 수상하는 여성들의 얼굴을 보고 거꾸로 ‘아줌마의 욕망’을 떠올렸다고 했다. 자연인으로서의 모든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왔을 그들의 삶에 과연 박수만 보낼 수 있을까.
“‘가족은 이래야 된다’라는 의식이 사람을 억압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들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지는 당사자들이 선택할 문제가 아닐까요. 자기가 선택했을 때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오 감독)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