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서 네트워크는 제도화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여 ‘동질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동종애의 원칙’에 따른 군집화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동종애의 원칙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사회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도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발생한다. 동종애의 반대 개념인 ‘이종애(異種愛·Heterophily)’로 설명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전자가 폐쇄적이고 부족(部族)적인 것이라면 후자는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것이다. 부족 내부 구성원끼리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동종애적인 것이라면 타 부족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종애적이다. 이종애적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사회의 진화와 발전에는 필수적 요소다. 새로움이 확산되는 통로인 이것이 없었다면 세상은 아직도 원시적 부족시대에 머물러 있을지 모를 일이다. 네트워크 연구자들은 그래서 이것을 ‘약하지만 강한 유대(The Strength of weak ties)’라고 부른다.
인터넷은 속성상 부족주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개방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편견과 차별의 공간이기도 하다. 너와 내가 얼마나 다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그들’과 다른 ‘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성과 차명성 또한 공격적 부족주의의 원인이 된다. 패거리로 싸우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혹자는 이것을 ‘사이버 부족주의(cyber tribalism)’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며칠 전 동아일보에 기사화됐던 한중일 누리꾼들의 인터넷 민족주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대, 인터넷 시대에 신(新)부족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재하는 문제다. 국가와 민족 사이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의 수많은 토론 카페 하나하나가 새로운 부족의 모태일 수도 있다. 백가쟁명의 사이버 공간이 분열과 갈등 대신 소통과 이해의 장이 되기 위해선 남다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약하지만 강한 유대’가 발달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이종애적 유대가 요구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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