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 거 다 알아∼ 아직도 절 아이처럼 생각해요. 정말 못 말려요∼” (채시라)
신혼의 닭살 대화를 연상시키는 이 부부. 결혼 9년 차로 접어든 김태욱 채시라다.
신입사원 면접을 막 끝내고 인터뷰 장소로 숨가쁘게 들어온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 김태욱과 지난 해 11월 둘째 아이 순산 후 4개월 만에 예전의 S라인을 되찾은 채시라.
나란히 앉은 것 만으로 눈부신 두 사람의 ‘우리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통점 ‘0’에서 ‘1’이 되기까지
부부 일심동체(一心同體). 소소한 것들이 쌓이고 싸여 서로가 되는 것. 결혼 초기, 성격과 식성을 포함해 별다른 공통점이 없던 두 사람.
살 부비고 산 세월만큼 닮아갔다.
김태욱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던 경상도 남자가 어느새 채소와 고구마를 즐기게 됐다”고 웃었다.
채시라는 “전에는 보지도 않던 생고기와 청양고추에 입맛이 다셔진다”고 동조했다.
김태욱은 “할 일을 바로 하는 아내와 미루는 스타일인 저. 성격이 반대인 만큼 푸는 방법이 중요하다”며 “제가 무조건 사과하는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그 사과를 바로 받아주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다”
○‘엄마’ 채시라의 ‘2년’
2006년 여름 KBS 2TV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를 마지막으로 ‘엄마 채시라’로 돌아간 2년의 시간.
채시라는 2007년 초 임신, 그 해 11월 4.04kg의 우량아를 득남했다.
채시라는 “하늘이 또 한번 주신 기회, 숭고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첫째는 음악 태교에 힘썼다면 둘째 아이는 다독(多讀)과 대화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태욱은 옆에서 “아내가 책을 보고 빽빽이 써둔 A4 용지가 화장실 부엌부터 복도 거실 벽을 따라 100여장이 붙어 있다”며 뿌듯해 했다.
채시라는 “집에만 있으니 시간이 많았다”고 웃은 뒤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에 대한 책 3권을 요약한 메모다. 태욱씨도 보라고 빨강과 검정 볼펜을 번갈아 써 눈에 띄게 적어 뒀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당장은 연기 복귀 계획이 없다. 아이들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중요한 시기에요. 첫째는 막 초등학생이 됐고, 둘째는 모유를 먹이고 있어 엄마가 필요해요. 하지만 육아만큼이나 제 모든 것을 뒤흔들 작품이라면 용기 낼 수도 있겠죠.”
○내조와 외조 그리고 시너지
그들의 내조와 외조는 평범한 듯 특별하다.
서로를 배려하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럼으로써 새 힘을 얻는다.
김태욱은 “2000년∼2004년 초까지 사업이 어려웠다. 사채까지 썼다.
‘어렵다’고 아우성 쳐도 갑부집 아들 소문, 와이프가 채시라라는 비아냥에 힘들었죠.
아내는 그런 저에게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았어요” 최고의 배우로서 사업하는 남편, 어찌 보면 불안할 수 있는데 채시라는 “믿음이 흔들리질 않았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우리 모두를 위해 열심히 뛰는 그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일은 가정과 아이에 힘쓰는 것이 아닐까. 서로의 입장에서 서면 안과 밖이 탄탄해지고 새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쇼윈도 부부? 남의 이야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부부를 ‘쇼윈도 부부’라고 부른다.
김태욱은 ‘잉꼬 부부 부담’에 대한 질문에 ‘만인의 연인’을 아내로 맞이했던 결혼 초기를 회상했다.
“그때는 제 마음이 눈치 아닌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걸 극복한 것은 모두 아내 덕이다. 톱스타인 아내는 평소 완벽한 생활인이다. 가사와 육아는 물론 주변 관계까지 유연한 아내를 보면 대견하다. 두 아이 치다꺼리를 하는 모습에 ‘고맙다, 다행이다’라는 되뇌곤 한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철이 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채시라는 “태욱 씨는 저를 굉장히 어리게 본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 같이 취급한다”며 샐쭉거렸지만 행복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