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사양기에 접어들었다는 평판을 듣던 일본 내 한류가 다시 살아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본 내 한류 붐을 이끌었던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 내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특히 지난 주에는 거의 ‘한류주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한국 스타들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우선, 안재욱이 29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1만20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7개월만에 콘서트를 가졌다.
1월 일본에서 음반을 발표한 빅뱅도 28일과 29일 이틀간 도쿄에서 3회에 걸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져 총 1만여명의 청중을 동원했다. 현재 일본 전역을 도는 아레나 투어 중인 동방신기는 대표적인 테마파크의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28일 공연을 가졌다.
또한 도쿄 다이바의 국제전시장(빅사이트)에서는 한류의 영원한 인기 콘텐츠로 불리는 ‘겨울연가’의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밖에 가수 윤하는 현재 일본에서 스크린 데뷔작 촬영에 한참이다.
배용준의 일본 이벤트를 담당했고, 드라마 ‘호텔리어’ ‘내 이름은 김삼순’ ‘쩐의 전쟁’ ‘태왕사신기’ 등의 일본 판권을 보유한(일부는 공동보유) IMX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는 일본에서 여전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다.
29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안재욱 단독콘서트에서 만난 IMX 손근형 상무는 “한류스타 A씨의 경우 일본인의 5% 정도가 아는 정도지만, 그가 출연한 드라마의 1만 엔(10만원)짜리 DVD 세트가 1만 장(10억 원어치)은 거뜬히 팔린다. 하지만 일본 국민의 95%가 아는 일본 톱스타 드라마 DVD는 판매량이 대부분 3000∼5000장이다”고 말했다.
안재욱이 한국과 일본 동시 발표한 싱글 ‘그녀에게’는 공연이 벌어진 사이타마 아레나에서만 3000장을 팔아치웠다.
한 장 가격이 3750엔(3만7500원)이니, 1억12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이 정도면 오리콘 데일리 차트 정상에 오를 판매량이다. 공연 입장권도 1만2000엔(12만원)으로 최고 수준이다.
28일 도쿄 다이바에서 열린 ‘겨울연가’ 애니메이션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배용준 소속사 BOF 관계자도 “아직도 ‘겨울연가’가 유발하는 부가가치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물론 무조건 열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꾸준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IMX 손근형 상무는 “한류는 여전히 수요가 높지만, 공급이 순발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면서 “뭔가 일을 하려고 하면 한국 측 기획사와의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또 의사결정도 상당히 느려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혐한류’ ‘반한류’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들이 생기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적어도 일본에서의 한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돈 되는’ 산업이다.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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