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여자가수들. 가창력이 뛰어나고, R&B와 솔, 블루스 등 흑인음악을 추구한다. 거미(본명 박지연), 린(본명 이세진), 영지(본명 김영지), 화요비(본명 박미영)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모임은 한때 휘성, 환희(플라이투더스카이), 박효신, 김영현(빅마마), 한나 등과 더불어 ‘크레센도’(Cressendo)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중 결속력이 가장 강한 친구들은 거미와 린, 영지, 화요비다. ‘男 부럽지’ 않은 이 여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풀어본다.
■ ‘크레센도’ 연결 키워드
●거미=린 : 노래자랑
두 사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 참석한 후, ‘급’친해졌다. 이후 거미는 여러 소속사를 돌며 가수 준비를 했고, 린은 잡지모델을 하면서 다른 길을 갔다. 그러나 2003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가수로 데뷔, 급격히 친해졌다. 거미는 데뷔 직후 성대결절로 몸과 마음이 아플 때여서 두문불출했지만, 린의 ‘콜’을 받으면 즉시 달려나갔다.
●린=화요비 : 동거동락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전화통화를 통해 급격히 친해졌다. 이후 이들은 ‘동거’에 들어갔다. 2006년 9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약 8개월 동안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 화요비가 현재의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새로운 숙소를 제공받게 돼 두사람은 따로 떨어져 살게됐다. 그러나 ‘별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현재 이웃 동네에 살고 있다. 종교가 같다는 점도 돈독해지는 데 크게 작용했다.
●거미=화요비 : 대학동창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동기동창생이다. 서로서로 ‘노래 잘하는 친구’라며 추켜세우면서 격려하는 사이다. 하지만 오히려 학교 다니면서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서로 소속사가 달랐고, 음반 활동 시기도 맞지 않아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영지=린 : 거미의 친구
두 사람은 거미를 사이에 두고 친해졌다. 거미는 린과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거미는 함께 데뷔한 영지(당시 버블시스터스)와 친했다. 린도 이들과 동갑내기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 ‘크레센도’ 막전막후
●태동은
거미와 린, 영지는 81년생 동갑내기인 데다 데뷔 시기도 같았다. 화요비는 82년생이지만 생일이 빨라 학번은 같았고, 모두가 가창력을 앞세운 흑인음악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방송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화요비는 나머지 세 사람보다 데뷔가 앞섰다. 당시 휘성과 박효신, 환희(플라이투더스카이) 등 또래들이 가요계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고, 하나둘씩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갖기 시작하면서 ‘모임’으로 발전했다.
●얼마나 자주 만나나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난다. 전화통화는 매일한다.
●만나서 뭐하나
특별히 없다. 그저 만나기만 한다. 각자 다른 일을 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우정을 확인한다. 예전엔 술도 마셨지만, 지난해부터 거미가 운동을 시작해 술자리는 갖지 않는다. 최근엔 북한산 백련암에 갔다. 거기에 린은 물가에서 놀고, 거미는 가만히 자연을 감상한다. 영지는 사진찍기 놀이를 한다.
●그래도 경쟁은
없다. 2004년 린이 ‘사랑했잖아’로 1위를 하고, 거미가 이어 ‘기억상실’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두 사람을 ‘우정의 라이벌’로 소개했는데, 정작 본인들은 경쟁의식이라곤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까지 나서 두 사람을 라이벌로 묘사하자 ‘뻘쭘’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누가 뭐래도 이들은 라이벌이 아닌 친구다. 친구가 잘되면 경쟁의식이 생기기보다 기쁘기만 하다.
■ 인연&인연
“어머, 숙정씨∼!”
“왜 그래 세진아∼!”
린과 거미의 어머니는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거미와 린, 영지의 우정은 이들의 부모에까지 번져 서로의 어머니를 실명으로 부르고, 어머니들은 딸의 친구들을 친딸처럼 친근하게 대한다. 린은 영지의 어머니도 ‘어머니’라는 호칭 대신 ‘엄마’ 혹은 ‘미자씨’라 부른다.
이들은 친구를 대신해 딸자식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한 친구가 명절 연휴에 해외에라도 가게 되면, 그 친구를 대신해 부모의 집을 방문해 딸노릇을 한다. 친구의 집에서 ‘밥 달라’며 밥 먹고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부모 자식 간에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는 많지만, 친구의 부모와 친구처럼 지내는 일은 드문 일이다. 거미와 영지, 린. 이들은 그런 친구다.
‘크레센도’ 유래
81년생 친구들의 모임에 처음 ‘크레센도’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가수 한나다. 거미와 린, 영지 등 81년생들이 한데 뭉친 어느 날, 술잔을 기울이던 한나가 “우리도 ‘용띠클럽’, ‘79클럽’처럼 뭔가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크레센도’를 제안했다. ‘크레센도’는 ‘점점 더 크게’라는 음악용어다. 이후 한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
[화보]3년 만에 4집 ‘컴포트(Comfort)’로 돌아온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