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틀어 놓으면 나오는 수동적인 매체이고 그래서 편리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매체다. 신문은 상대적으로 선택적인 매체다. 모든 사람이 모든 채널에 노출되는 TV 이용 환경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TV 보듯 여러 신문을 동시에 매일 접하는 사람은 드물다. 당연히 신뢰도도 같이 비교되기 어렵다. 미국의 대표적 조사기관인 PEW 리서치에서 질문 방식을 조금 바꿔 신문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는 좀 다르다. 신문 일반에 대한 신뢰도가 아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신문’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물었을 때 그 결과는 TV보다 높았다.
매체 이용 정도와 신뢰도가 통계적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불분명한 것은 인과 관계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다. 보통 매체의 신뢰도가 높으면 그 결과 이용 정도도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용이 원인이고 신뢰가 결과일 수 있다. 행동이 먼저고 태도가 그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매체 신뢰도라는 것도 어쩌면 별 생각 없이 이루어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그럴듯한 변명인지도 모른다.
신뢰도는 추상성 수준이 매우 높은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사람들이 매체의 신뢰도를 얘기할 때 그것이 사실은 심층성이나 유익성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사실성, 속보성 혹은 그저 재미에 관한 것일 수 있다. 편의성이나 이용량일지도 모른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신뢰도의 서로 다른 측면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한 것처럼 매체 이용에 있어서도 균형이 필요하다. 주요 매체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신문은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를 많이 전달하고 영상매체인 TV는 사실성과 편의성에서 앞선다. 인터넷은 속보성이 뛰어난 매체다. 매체의 일반적 신뢰도가 높다고 해서 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매체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매체를 균형 있게 이용할 때 얻어지는 것이 ‘진정 신뢰할 만한 정보’일 것이다. 이번 18대 총선 결과에 대한 주요 방송사의 잘못된 예측 보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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