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채와 실망 사이]불패 청룽과 리롄제가 맞붙으면… 영화 ‘포비든 킹덤’

  • 입력 2008년 4월 15일 03시 01분


《청룽과 리롄제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결과를 떠나 중국 무협 팬들에게는 ‘꿈의 대결’이다. 축구로 치자면 펠레와 마라도나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그 ‘숙원’을 풀어낸 것이 영화 ‘포비든 킹덤’이다. 포비든 킹덤은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품인데 주인공은 미국 소년 제이슨(마이클 안가라노). 차이나타운에서 발견한 여의봉 때문에 시공을 초월해 고대 중국으로 간 그는 ‘손오공의 전설’을 듣고 여의봉을 손오공에게 돌려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도사 루얀(청룽)과 떠돌이 승려 란(리롄제), 그리고 중국 소녀 골든 스패로(류이페이)와 힘을 합친다.》

○ 청룽과 리롄제를 좋아하는 옛 무협 팬이라면

↑ 어수룩한 신선 vs 정통 고수 흥미

↓ 둘다 나이 들어선지 뭔가 허전해

▽좋았어=‘취권’(1978년)의 청룽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오랜만에 다시 보는 취권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술 한 모금 넘기고 비틀거리며 예측 불허의 동작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청룽의 모습은 여전하다. 영생주를 마시고 불사의 몸이 된 그는 술을 마셔야만 힘이 솟는 신선으로 등장한다. 위기 때마다 술을 마시고 수십 명을 상대하는 그의 모습은 반갑다.

코믹한 이미지의 청룽과 달리 리롄제는 진지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황비홍’(1991년)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정통 무림 고수로 나온다.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 무렵에 나오는 청룽과 리롄제의 대결은 두 액션 배우의 팬이라면 기대할 만한 장면. 청룽의 취권에 당랑권으로 맞서는 리롄제의 ‘한판 승부’는 ‘불패’ 이미지를 가진 두 고수가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아쉬워=청룽은 올해 54세. 점프해서 사다리 틈새를 건너뛰고 고층 빌딩의 난간에서 수십 명을 상대하던 묘기 같은 액션은 볼 수 없다. 청룽은 지난해 ‘러시아워 3’에서 “나이가 들어 이제 몸을 험하게 굴리는 액션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연기에는 연륜이 보이지만 뭔가 아쉽다. 43세의 리롄제도 예전의 앳된 얼굴을 볼 수 없다.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살과 박력이 떨어진 주먹과 발차기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러닝타임 105분 중 두 사람이 맞붙는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면

↑ ‘해리포터’와는 다른 동양 판타지

↓ 미국시장 입맛 맞춘 캐릭터 어색

▽좋았어=롭 민코프 감독은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딴 이유에 대해 “동양의 유명한 소설 중 가장 스펙터클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옥황상제가 사는 천궁, 기암괴석과 폭포가 떨어지는 산수화를 옮긴 듯한 배경, 벚꽃이 만발한 동산에서 벌어지는 혈투 등 동양적인 판타지 화면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며 시각을 자극한다.

▽아쉬워=스토리 부재가 아쉽다. 손오공의 숙적으로 나오는 ‘백발마녀’는 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홍콩 영화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고, 쿵후 문외한인 미국 소년이 손오공의 부활을 돕는 예언의 인물이 되어 갑자기 동양으로 가게 되는 과정이나 고대 중국인들이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하다가 주인공 제이슨과는 갑자기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미국 시장 맞춤 상품이라는 한계다. 탄탄한 스토리로 환영을 받았던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과 비교해 지적될 만하다.

○ 류이페이를 좋아하는 신세대 무협 팬이라면

↑ 청초한 이미지 보는 것만으로도…

↓ 배역 비중 작고 특유개성 못살려

▽좋았어=신세대 무협 팬이라면 류이페이의 출연에 환호했을 듯하다. 중국에서 3년마다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TV 시리즈 ‘신조협려’의 2006년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소용녀’를 맡아 무협물 팬들 사이에서는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여배우. 포비든 킹덤에서는 부모의 원수를 찾아 제이슨 일행에 합류하는 골든 스패로 역을 맡았다. 청초한 이미지에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춘 그녀는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아쉬워=청룽이나 리롄제 등 톱스타들에 비해 류이페이의 비중이 작다. 제이슨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수준의 무협 실력 등으로 류이페이 특유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인상이 든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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