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낳고 하루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안소봉 씨의 이야기(엄마의 약속)와 암에 걸려 투병 중인 황정희 씨가 7살 난 아들의 소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겪는 기막힌 사연(울보 엄마)을 통해 김 PD는 잔인한 현실에 맞닥뜨린 두 엄마의 모성을 전한다.
김 PD는 이 가운데 지금은 고인이 된 안소봉 씨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안 씨의 딸 소윤 양과 자신의 딸이 하루 차이로 태어난 인연 때문이다. 김 PD는 죽음의 기로에서도 딸을 위해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던 안 씨의 사연을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
“안소봉 씨가 떠난 뒤 남은 가족에게 닥쳐온 슬픔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김 PD는 “유가족의 분노, 허탈함, 남은 소윤이가 마음에 묵직한 짐을 안겨줬다”고 고백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위해 1년 내내 안 씨와 황 씨의 곁을 지킨 그녀는 “항암치료를 지켜봐야 했고 모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두 분의 아픈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굉장히 개인적인 사연일 수 있지만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준다”며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이나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 가족에게 잘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랑’은 MBC가 5월마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3년째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로 2006년 ‘너는 내 운명’과 2007년 ‘안녕 아빠’ 등을 통해 가족의 진한 사랑을 담아 호평받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가족이 보이는 사랑의 숭고함으로 방영 때마다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과 파장을 일으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