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라, ‘철부지 싱글맘, 몸은 삐걱대도, 맘은 싱글싱글’

  • 입력 2008년 5월 16일 08시 17분


“난 어쩜 남자 보는 눈이 늘 이 모양일까? 사랑은 참 믿을 게 못 되지.”

서른넷 싱글맘 ‘폴라’는 선언한다. 더 이상 남자를 믿지 않겠다고… 과연 그럴까? ‘굿바이 걸’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으로 열연 중인 하희라는 자신의 맹세를 무대 안팎으로 내치고 말았다.

극 중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는 배우와 열렬히 사랑에 빠져있다. 뮤지컬 ‘굿바이걸’은 남자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폴라’가 다시 찾아온 사랑에 설렘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로맨틱 코미디다. 배우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하는 남자를 위로하다가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희라는 사랑을 믿고 환하게 웃는, 만년 소녀 같은 애교 넘치는 아줌마를 연기했다. 딸에게 친구처럼 남자 문제를 털어놓고 설레발이 요란스러운 엄마다. 근엄한 것과는 거리가 먼 귀엽고 친근한 싱글맘이다.

“아이들도 자주 끌어안아주고 뽀뽀하고, 등을 두들겨주고… 포옹도 자연스럽고, 그런 표현이 좋아요.”

하희라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애정 표현을 잘 한다. 아이들도 얼마 전 ‘굿바이걸’을 보고 갔는데, 아홉 살, 열 살 아이들이 ‘으하하하!’ 웃는 게 참으로 신기했단다. 중간에 남녀가 티격태격 싸우는 대사를 되게 재미있어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한없이 신기하고 흐뭇해한 자상한 엄마다.

‘굿바이걸’은 마음 열기가 쉽지 않은 30대의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또래가 많이 보러 온다. 하희라는 “20대 여성들도 공감하고, 웃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3월부터 시작된 공연이기에 이제는 대사를 틀릴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공연에 익숙해질까 걱정하는 시기다. 조금만 정신 차리고 긴장해서 더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6월까지 공연을 앞두고 특히 몸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공연 중반에는 간호사가 하희라에게 ‘종합병원’이라고 한 적도 있다. 한의원 가서 목에 침을 맞고, 내과 가서 링거 맞고, 이비인후과 가서 코감기 진료 받고… 하루를 종일 병원만 돌아다녔다. 지금 건강 상태는 매우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고 대본을 다시 또 본다. 헤어·메이크업을 마치면 공연 세 시간 전에 꼭 공연장에 온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서 뛰어다녀 다리 마사지도 잊지 않는다.

관객들이 자기 시간을 오롯이 공연에 할애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 해야 한다고 항상 느낀단다. “공연 티켓이 비싸잖아요. 오셔서 ‘이게 뭐야?’ 그런 게 아니라 후회가 되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요. 감동을 줘야 하고, 즐겁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하희라는 ‘굿바이걸’이 초연인 것에 매력을 느꼈다. 원래는 창작극이 더 하고 싶었고, 창작뮤지컬을 공부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굿바이걸’ 대본을 본 뒤 이 작품을 시작했다. 내년 겨울쯤에는 창작극을 할 예정이다.

남자 주인공 ‘엘리어트’를 맡은 정성화는 하희라가 후배의 어떤 말이라도 귀담아 듣는 모습에 감동했단다.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합리화시키기 마련인데 선배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굿바이걸

공연장소 :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

공연일시 : 3월 28일(금)∼ 6월 15일(일) , 평일 8시, 토요일 7시, 일·공휴일 3시, 7시

관람료 : 5만5000원,4만5000원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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