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시트콤 시작과 막바지를 모두 장 작가와 함께 했네요. 이것 참 시트콤 같지 않아요?”(오지명·69)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긴 가볍고…. 좀 더 좋은 표현 없나요.”(장덕균·43)
미국 시트콤 ‘코스비 가족’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1993년 SBS에서는 ‘오박사네 사람들’이 방영됐다. 당시 장 작가가 극본을 쓰고 ‘오박사’ 오지명이 출연한 이 정체불명 코미디는 국내 최초의 시트콤이었다. 그 후로 15년, 국내 시트콤의 원년 멤버인 둘이 다시 뭉쳤다. 2일부터 첫 방영되는 OBS의 ‘오포졸’(월∼금요일 오후 9시 반)에서다.
“영화 ‘까불지 마’를 말아먹고(웃음) 사극 시트콤을 해볼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죠. 우연히 작가 수첩을 뒤적이다 15년 전 같이 작업했던 작가 이름이 보이는 거야. 얘는 뭐하고 있어? 물으니 개그콘서트 작가로 유명하다고 하더구먼. 한번 전화해 봤더니 친절하게 받아줘 만나 봤어요. 돈도 없던 차에 같이 하자고 얼굴로 비벼댔지.”(오지명)
2일 오전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오지명은 인터뷰 내내 눈을 감은 채 특유의 손짓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옆에 있던 장 작가는 그 모습이 웃겨 죽겠다는 표정.
장 작가는 “함께 출연하는 양택조 씨는 허공을 응시하며 대사를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오포졸과 눈만 마주치면 배우들이 쓰러져 나가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오포졸’은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 시트콤이다. 왕에게 허풍을 떨다 포졸로 강등된 오포졸(오지명)을 주인공으로 양택조 김병만 강유미 이한위 등이 출연한다. ‘순풍 산부인과’ 이후 8년 만에 시트콤에 출연하는 오지명은 이번 ‘오포졸’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유머 일번지’의 ‘회장님 회장님’과 ‘탱자 가라사대’ 등에서 사회 풍자를 선보였던 장 작가의 집필로 시트콤에서 흔치 않은 해학과 풍자를 곁들일 예정이다. 장 작가는 “요즘처럼 살기 팍팍하고 일상의 유머를 잃어버린 세상에 하루 30분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지명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오포졸은 지금은 비록 찌그러져 있지만 끝까지 꿀리지도, 희망을 잃지도 않죠. 항상 내 인생이 시트콤이니 시트콤을 만든다고 말했는데 이번 오포졸이 그래요. 그러니 시트콤 속에서 내가 하는 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