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이거’야?” “또 있어요. 15초면 눈물을 흘릴 수 있어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6층 ‘놀라운 대회! 스타킹’ 출연자 선발 현장. 입술로 “뽀오뽕” 소리를 내며 ‘애국가’를 연주하던 신승철(15) 군이 멋쩍은 듯 웃는다. 목 혈관이 튀어나오도록 눈에 힘을 주는 신 군. 30초가 지나도 얼굴만 빨개질 뿐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어색한 침묵.
“박수 소리를 크게 낼 수 있어요. 또 달걀 껍데기도 먹을 수 있어요.”
“어, 그러니….”
매주 열리는 ‘스타킹’ 예심엔 재주를 선보이려는 지원자가 100여 팀에 이른다. 팀당 20∼30분씩 심사를 받는데, 이 중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팀은 10%도 안 된다.
출연자 선발 기준은 재능만이 아니다. 자칭 ‘갈고닦았다’는 달인이 많아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도 변수 중 하나다.
이날 심사장에 나타난 고교 3학년 박모(18) 군도 그런 경우다. 박 군은 “오목을 5000만 판 정도 뒀는데 200판 빼고 모두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오목 천재’에 도전했다. 하지만 윤신혜(27) 작가, 기자와 한 번씩 둔 결과는 실망스러운 1 대 1 무승부.
‘탈락 확정’을 앞둔 그는 “부모님이 집을 나가셔서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동생들과 지낸다”며 “유명해져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라고 출연 이유를 댔다. 그 사연이 안타까운 나머지 윤 작가가 노래를 불러 보라고 권했다. 결과는 수준급. 가창력이 뛰어나고 레퍼토리가 ‘인간 MP3’ 수준이다. 제작진은 박 군의 출연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수족관 대리점에서 일하는 고졸 학력의 김태희(35) 씨는 심사장 한쪽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있었다. 성악을 배운 적 없다는 김 씨의 노래는 매혹적이었다. 국립합창단의 한 단원이 교회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파바로티처럼 ‘파사지오’(고음에서 가성을 진성처럼 내는 것)를 구사한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김미정(33) 작가는 “평범한 사람에서 팝페라 가수로 떠오른 영국 폴 포츠의 한국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예선에서도 꿈을 안고 온 지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혜진(38) PD는 “평소에는 잘하던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는 못할 때가 아쉽다”며 “‘스타킹’을 통해 숨겨진 재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꿈을 이룰 무대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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