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광우병 가능성 적은데 왜 안알렸나”
MBC PD수첩 제작진과 번역가 정지민 씨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 29일 방영) 편의 오역 및 왜곡 논란을 둘러싸고 26일 반박과 재반박 글을 잇달아 올렸다.
PD수첩이 24일 ‘미국 쇠고기 추가 협상과 PD수첩 오보 논란의 진실’ 편에서 그동안의 오역과 왜곡 논란에 대해 “본질적 내용에는 문제없으며 일부 번역을 또박또박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방영하자 당시 일부 영어 번역과 감수를 맡았던 정 씨는 “번역에는 문제없고 다우너 소를 광우병으로 연결시킨 왜곡과 제작의 의도가 문제”라는 글을 PD수첩 인터넷 게시판에 25일 올렸다.
이 같은 정 씨의 글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26일 인터넷 게시판에서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것이 왜곡이라는 정 씨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PD수첩은 “광우병의 대표적 증세가 주저앉는 것이고 다른 병도 있을 수 있지만 방송에서 보인 다우너 소들은 이미 도축돼 광우병 감염 여부를 알 수도 없다”며 “그래서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대인 6만4000t의 쇠고기가 리콜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같은 날 재반박 글을 올려 “다우너 소 동영상이 미국에서 파문을 일으켰을 때 미국인들의 인식 등을 살펴보면 광우병과 연결짓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다우너 소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광우병은 가장 미미한 가능성을 가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그 미미한 가능성을 (PD수첩이) 알렸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이끌어낼 때도 잘 제작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당당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은 또 “방송에서 다우너 소를 곧 광우병 소라고 지칭한 적이 없으며, 다만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일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며 “정 씨가 4월 하순 번역에 참가할 때는 다우너 소와 광우병에 대해 몰랐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씨는 “진행자의 실수를 빼고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라고 지칭한 적이 없지만 과연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심사숙고해서 그에 걸맞은 인상을 줘야 한다”며 “수많은 시청자는 PD수첩의 내용이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일 가능성이 있다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PD수첩이 “이미 도축된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이제 대한민국의 상식이 됐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정 씨는 “상식이 됐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냐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 씨는 이날 “함께 일했던 보조작가 2명에게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시킬 때의 문제를 PD에게 분명히 전해달라고 했다”며 “만약 (PD가) 들었다면 문제의식을 갖고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