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번역작가들 잇단 의문제기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미국인들 ‘관심없다’ 인터뷰는 잘려

다우너 소 = 광우병 연결 예상 못해”

MBC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일부 영어 번역 및 감수를 맡은 정지민 씨가 오역 및 왜곡 논란을 제기한 뒤, PD수첩의 ‘의도적 편집’에 대한 의혹이 다른 공동 번역가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영어 번역가는 13명이고 영어 촬영분은 870여 분이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찍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학대 동영상 관련 일부를 번역했던 A 씨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국에 살다 온 적이 있어 화면의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방송 내용이 광우병 위험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관련해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번역 당시엔 (제작진이) 다우너 소 영상을 광우병과 연결시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미친 소 먹고 죽게 될 것’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번역가 B 씨는 “미국 슈퍼마켓에서 쇠고기를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번역했는데, ‘관심이 없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답변이 있었다”며 “미국인들은 용어 자체도 모르는 등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이 내용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PD수첩 측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의학 용어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과 인간광우병(vCJD)을 혼동했기 때문에 CJD로 말한 것을 vCJD로 번역했다고 한 해명에도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지민 씨는 “자료 전체를 보면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사인을 혼동한 게 아니다”라며 “그는 인간광우병일 가능성뿐만 아니라 CJD일 가능성도 함께 말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PD수첩이 미국에서 다우너 소 학대 동영상이 공개된 뒤 올해 2월 실시된 대규모 리콜을 강조하면서도 이 리콜이 광우병과는 상관없는 2등급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리콜 당시 광우병 의심 징후가 있었다면 당국이 1등급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PD수첩 측은 이날 “미국인들이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는 부분이 빠진 데 대해 “인터뷰 내용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본보는 다른 반론을 듣기 위해 PD수첩 측에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하지 못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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