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라 말한 건 진행자 실수’ 이사회 보고
일부 이사 “사실검증 시스템에 문제” 지적
“제작 독립성만 내세우다 게이트키핑 제대로 안돼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 안생긴다고 보장할 수 있나”
“민감한 시기에 보고받을 필요 있나” 일부 이사 제동에 표결로 결정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 29일 방영)를 둘러싸고 의도적 오역 및 왜곡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최근 회사 측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받고 논란을 벌였다.
일부 이사는 보고 도중 “(보고가) 적절하지 않다”며 표결을 요구했으나 이사 8명(1명은 결원)이 표결한 결과 "보고를 받지 말자"는 의견이 재적 과반수를 넘지 못해 보고가 끝까지 이어졌다.
방문진은 6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김세영 부사장을 비롯해 최영근 제작본부장과 정호식 시사교양국장을 출석시켜 PD수첩 보도의 경위와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보고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회 초반부터 PD수첩 논란에 대해 보고를 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이사들 간에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이사는 PD수첩을 둘러싼 논란이 프로그램의 독립성과 관련됐고 민감한 시기이므로 보고를 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이사는 PD수첩 보도의 파장이 크게 확산된 데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보고가 시작돼 김 부사장 등은 PD수첩이 6월 24일 방송과 인터넷 게시판 공지에서 해명한 대로 진행자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본 직후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말한 것은 실수였으며 일부 번역에 문제가 있었으나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본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에 대해 일부 이사는 실수라는 해명을 받아들이자고 했으나 다른 이사들은 PD수첩을 둘러싼 논란이 방송사 내부의 제작 시스템이 초래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대로 훈련받은 인력이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제작하지 못해 신중함이 결여되고 사실 검증이나 균형 잡힌 시각의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PD수첩 등이 제작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그렇다면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보고와 논란이 빚어지는 도중에 일부 이사가 긴급동의를 내걸어 보고 자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한 끝에 이사회에선 ‘이례적으로’ 표 대결을 벌였다. 표결 결과 보고를 받지 말자는 표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회의 도중 표결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바람에 본격 논의를 하지 못했고 PD수첩 문제는 경영진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PD수첩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법원의 정정 및 반론보도 소송,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다시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MBC의 한 중견 PD는 “(PD들이) 검찰 수사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방통심의위 심의와 법원 소송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황우석 사태’ 때는 계속 대응할 거리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것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2006년 8월 전(前) 방송위원회가 선임한 이사 9명과 감사 1명으로 구성됐으며 이수호(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사가 사퇴한 뒤 아직 보궐이사가 선임되지 않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檢 “870분 원본과 방영된 45분 비교”▼
PD수첩 원영상물 요구 방침… 영어능통 검사도 배치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왜곡 보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임수빈)는 기초 취재 자료에 사용한 원본 영상물을 제출하도록 방송사에 요구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검찰은 방송사가 영상 취재 자료를 넘기면 이를 분석한 뒤 다음 주초 PD수첩 관계자들을 소환한다는 방침.
PD수첩의 오역 논란을 제기한 공동번역가 정지민 씨는 지난 주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기초 취재자료에 사용된 원본 영상물은 모두 870분 분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본 영상물을 확보해야 실제 방영된 45분 분량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본 영상물과 실제 방영 영상물을 비교해 PD수첩이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사인을 광우병으로 단정하고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왜곡 보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PD수첩 제작팀의 영어 번역이 정확한지 알아보려고 영어에 능통한 검사 1명을 수사팀에 추가로 배치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가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담당 재판부가 30일 밝혔다. 첫 공판은 7월 15일 열린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