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준은 자신의 병에 대해 그저 “열흘간 아팠다”고만 했지만, 동료들은 “그땐,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최근 스페셜 앨범 ‘1.5 레슨 컴플리티드’를 발표하고 인터뷰를 위해 베일 멤버들과 ‘스포츠동아’를 찾은 김원준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달렸던 후유증으로 얼굴이 다소 수척했다. 체중도 5kg 빠졌다고 했다. 김원준은 “액땜했다. 앞으로 조심해서 활동해야겠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 평소 건강체질인 것으로 알았는데.
“그렇다. 체력이 좋았고, 힘도 좋았는데.(웃음) 공연이나 여러 가지 제안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왔었는데, 나로 인해 밴드가 무대에 서지 못해 안타까웠다.”
- 퇴원 직후 가진 공연에서 다소 위험한 상황이 있었는데.
“죽기 살기로 했다. 둘째 날 거의 탈진해 앙코르 무대 오르기 전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본 공연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졌다.) 의사들도 말린 공연이었는데, 꼭 서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뮤지컬 공연장으로 바뀌기 마지막 무대여서 꼭 하고 싶었다.”
김원준은 이틀간의 공연을 치르면서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무대에 서면 5명의 멤버가 일심동체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멤버들을 ‘또 다른 나’라고 표현했다.
- 베일의 음악은 독특하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가.
“기본적으로는 록 밴드다. 결성할 때부터 ‘장르에 구분되지 않는 음악을 해보자’ ‘우리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을 해보자’라고 이야길 나눴다. 기본적으로 록인데, 팝, 리듬앤블루스 등이 접목됐다. 하드록의 성향도 있다.”(김원준) “나이값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메이저가 아닌 음악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정한종)
- 방송활동은 계속하지 않을 계획인가.
“김원준, 김구 등 대중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두 멤버로 인해 사람들은 프로젝트 밴드, 단발성 밴드로 여길까봐 정말 공연만 했다. 사비를 들여 게릴라 콘서트도 했다. 방송무대는 성격이 맞으면 할 수 있다. 일부러 안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 멤버가 다 소리를 낼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면 한다.”(김원준)
- 공연은 얼마나 했고, 그 중 기억남는 무대는.
“70회 가량한 것 같다. 공연은 모두 즐겁지만, 2006년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야유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정한종) “그 때는 야유와 환호가 반반이었다.”(김구) “올들어서는 각종 록 페스티벌에서 출연요청이 온다. 우리도 이제 밴드로 어느 정도 어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김원준)
베일은 음악도 독특하지만, 멤버 개개인이 저마다의 개인활동을 하면서 팀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베일의 결성을 주도한 이창현은 다른 가수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소찬휘 9집을 작업중이며, 그 전에는 신화 이기찬 장나라 등의 앨범에 참여했다.
정한종은 공연 및 음반제작, 드라마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강선우는 세션활동을 하고 있으며, 코요태의 전 멤버였던 김구는 지금은 광고계에서 ‘잘 나가는’ 특급 성우다. 2005년 펩시콜라를 시작으로, 최근 외환은행까지 그의 목소리가 담긴 CF가 100편은 족히 넘는다. 그의 최고 히트작은 삼성 파브 보르도TV다. 광고 외에도 1년째 MBC ‘출발! 비디오여행’ 내레이션을 맡고 있으며, 엠넷의 각종 스팟 광고 등 케이블에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김구는 랩 피처링 의뢰도 많이 들어오지만, 베일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인순이의 신곡 ‘열정’에 한번 랩 피처링을 했다.
- 2집엔 어떤 음악을 담고 싶은가.
“베일만의 통일된, 음악의 깊이가 좀 있는 노래를 해보고 싶다. 록의 뿌리는 블루스다. 블루스에서 더 깊이 들어가서 하드 블루스를 해보고 싶고, 더 밴드스럽고 싶다.”(정한종)
“요즘 음악은 소모품으로 전락한 것 같다. 소장가치 있는 앨범 만들고 싶다.”(김구)
이번 앨범은 지난해 발표됐던 1.5집 ‘레슨’에서 ‘악몽’ ‘몹시’ ‘습관’ ‘쇼’ ‘백 투 더 루츠’등 6곡을 새롭게 추가했다. ‘쇼’는 김원준 솔로 시절의 히트곡을 재해석 했으며, 나머지 다섯 곡은 5명의 멤버의 개성을 살린 곡이다. 8월에는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베일…?
정한종, 이창현, 김원준, 김구, 강선우로 구성된 베일은 2006년 이창현의 주도로 결성됐으며, 최근까지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멤버들이 각자 프로듀서, 세션, 음반 및 드라마 기획자, 성우 등 다른 부분에서 활동하면서 밴드로 나서고 있는 이색 팀. 다섯 멤버가 모두 프로듀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록을 기본으로 팝, R&B 등의 요소가 접목돼 독특하다. 김구의 굵직한 랩핑도 독특함을 더해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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