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21C 必聽음악실] ‘파워풀한 가창력’ 가수는 노래로 말하더라

  • 입력 2008년 7월 4일 08시 22분


빅마마 데뷔앨범 ‘Like The Bible’

아이들 그룹 전성시대를 거치면서 가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 1,2 순위는 ‘외모’와 ‘개그 본능’이 됐다.

이런 트렌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걸쳐 가요계가 지상파TV의 쇼 프로그램과 밀접히 연계되면서 점점 더 강화됐다. 음악인의 기본 자질이라 할 수 있는 가창력, 곡창작력 연주능력을 갖췄어도 소용없었다. 복스런 외모거나 입담이 썰렁한 가수 지망생들은 가요 기획사의 박대를 받으며 박탈감에 빠져드는 해괴한 분위기가 가요계를 뒤덮었다.

빅마마는 2003년 가요계에 이런 경향에 대반란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외모 보다는 노래로 평가 받는 가요계를 만들고 싶다’는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데뷔 각오가 큰 화제를 일으킬 정도로 당시 가요계는 뭔가 뒤틀려 있었다.

예쁘지 않다고, 날씬하지 않다고 기획사의 문전 박대를 수없이 받으면서도 가수의 꿈을 잃지 않던 네 명의 보컬리스트들은 데뷔 앨범 ‘라이크 더 바이블’(Like The Bible)을 통해 자신들의 소망이 이뤄지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빅마마 데뷔 앨범은 당시 거의 TV 출연이 없는 가운데서도 연간 음반 판매량 톱5에 해당하는 3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대성공은 립싱크에 의존하는 ‘붕어형’ 가수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덕분에 외모가 좀 딸려도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대거 데뷔할 기회를 잡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꽃미남 가수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대에서 라이브를할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잘 생기고 예쁘더라도 가수가 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빅마마는 가요사에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가수다.

앨범에서는 우선 타이틀곡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무대 위의 인형 같은 네 명의 여자와 지하실에서 실제 노래를 부르는 허름한 옷차림과 외모의 진짜 가수 네 명이 립싱크라는 소재를 통해 극적 반전을 일으키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가요사상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뮤비로 손꼽힌다.

‘브레이크 어웨이’와 후속곡 ‘체념’ ‘거부’ 등 히트곡 외에도 음반 수록곡 모두 한국화가 잘 된 흑인 음악의 참 맛을 전해준다. 빅마마의 업적은 외모지상주의에 반란을 일으킨 가요사적 사건 외에 또 있다. 바로 화음의 아름다움을 가요 팬에게 제대로 알려준 것이다.

빅마마 멤버들은 데뷔의 기회를 잡지 못할 때 코러스로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지켜나갔다. 이때 갈고 닦은 실력은 빅마마로 함께 뭉쳤을 때 화음이라는 강력한 화학작용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노래 잘 하는 가수들과도 자신들을 차별화하는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빅마마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줬다.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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