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멤버 대성이 최근 발표한 노래 ‘날 봐 귀순’은 요즘 ‘잘 나가는’ 노래다.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 노래는 힙합도, R&B도, 그렇다고 일렉트로니카도 아니다. ‘날 봐 귀순’은 트로트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아이들 그룹이 발표한 첫 트로트곡이 아니다. 이미 지난 해 슈퍼주니어는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를 결성해 신나는 트로트곡 ‘로꾸꺼’를 히트시켰다.
그런가 하면 록 밴드 자우림 보컬 김윤아는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트로트 음악도 감상용으로 훌륭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다음 솔로 프로젝트에는 트로트 앨범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들을 이렇게 매혹시킨 트로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흥겨운 트로트 노래는 축 쳐진 분위기를 띄우는데 그만이다. 아이들 가수나 발라드 가수가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스페셜 무대’는 어김없이 트로트곡이다. 어느 모임이건 노래방엘 가면 누군가 반드시 트로트에 우스꽝스런 춤을 추며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런 잠재력을 파악한 기획사들은 예능프로그램이나 콘서트에서 선보이며 ‘개인기’에 머물던 트로트 노래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아이들 그룹이 트로트를 부른 것은 영역을 넓히고 싶은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슈퍼주니어T는 “아이들 그룹은 으레 10대를 겨냥해 예쁘고 멋있고 깜찍한 것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런가 하면 LPG, 마이킹 등 독특한 콘셉트의 트로트를 선보였던 찬이프로덕션 측은 이번엔 트로트 남성그룹을 기획중이다. 외국어 실력이 좋은 멤버들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찬이 프로덕션 강찬이 대표는 “발라드나 트렌디한 댄스곡 등 요즘 히트곡들은 한두 달 상위권에 머물지만, 트로트 곡은 한 번 히트치면 1년 가까이 생명력을 유지한다”면서 “트로트는 음반시장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공연, 행사 등 다양한 부가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라고 말했다.
젊은 후배들의 트로트 붐에 대해 태진아는 “우리 정서에 맞는 가사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태진아는 “신세대들도 노래방에 가면 트로트를 부르게 된다”며 “한 번 사랑 받은 트로트는 영원히 남는 법이기 때문에 후배 가수들도 영원히 남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트로트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들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가 정통이 아니라는 시선에 대해 “젊은 층이 부르는 트로트와 성인층이 부르는 트로트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후배들이 우리의 전통 가요를 부른다는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재현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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