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가 남편 김태화와 한창 연애하던 1975년,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멜파레를 알게 됐다. 그의 통역을 하던 사람이 정훈희의 지인이었던 것. 정훈희와 김태화, 몇몇의 친구들은 숀이 한국에서 촬영하는 동안 자주 만남을 가졌다. 숀은 한국을 떠나며 정훈희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며 “한 번 연락하라”고 했다.
어느 날 정훈희는 친구들의 ‘전화 한번 해보라’는 말에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훈희는 숀의 어머니인 오드리 헵번과 통화를 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정훈희는 오드리 헵번에게 “당신의 팬이고 ‘로마의 휴일’을 잘 봤다”고 인사했다.
이에 오드리 헵번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 했고, 정훈희가 “한국에 당신 팬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할 것”이라고 하자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